1950년대 중반 한국에 머물며 PX서 산 카메라로 촬영
20세 때 찍은 사진 미국 돌아가 장롱 속으로
65년 만에 딸이 이사 하다 희귀 사진 대거 발견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뉴욕한국학회가 전시회 열어
"교포의 눈으로 담은 민간인들 모습, 놀라운 타임캡슐"


스무 살의 사진가는 77세가 되어서야 기억 속에 잊고 있던 필름들을 발견했다. 이사를 위해 짐을 옮기던 딸이 우연히 찾아내면서 '할머니 사진가'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주목하는 작가가 됐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2세 마리 한 유(86)의 이야기다.
하와이 이주 노동자의 딸, 1956년 태평양을 건너다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어머니는 서울 유명 호텔 홍보책임자로 일했고, 유씨는 미군 부대에서 일했다. 그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완전히 신기했고, 그 특별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했다.
미군 PX에서 일본 페트리 필름카메라를 25달러에 산 그는 남대문 시장, 명동, 한강 곳곳과 농경지 등을 돌며 시민들의 삶을 기록했다.

전쟁 후 상처 치유하는 한국인들의 '회복력'

서울의 아직 많은 땅이 농지였던 시절, 볏집이나 나무를 지게에 지고 걸어가는 청년들의 모습엔 '사춘기 소년의 시골길 산책'이라는 위트있는 제목이 담긴다.
가난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어코 밝고 활기찬 모습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표정에는 1세대 사진작가 한영수(1933~1999)의 흑백사진도 오버랩된다. 색상과 선이 선명한 데다 얼굴 표정들도 살아있어 한 시대를 담아낸 귀한 자료로 평가 받는다.
유씨는 "영어만 할 줄 아는 젊은 한국인 여성이 카메라를 들이댈 때마다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고 회상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이승만 전 대통령까지 놀라운 타임캡슐
그의 사진 중엔 이승만 전 대통령과 영부인 프란체스카 도너의 사진, 한국 군대와 고위급 정치인들의 사진도 남아있다. 사진을 한번도 배운 적 없던 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가 오레곤대 동아시아 역사학을 공부한 뒤 결혼 후 주부로 살면서 카메라와 사진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살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