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인터뷰
한영수 삼성증권 인더스트리팀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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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종은 업황이 좀 좋아질 것 같으면 주가가 엄청나게 오버슈팅하지만, 주식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2~3개월 안에 지표가 개선되지는 않습니다. 수주에서 인도까지 최대 3년 이상 걸리는 호흡이 긴 비즈니스니까요.”
한영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인더스트리팀 팀장. /사진=삼성증권
한영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인더스트리팀 팀장. /사진=삼성증권
최근 주식시장의 주도업종을 묶은 신조어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위산업·원자력발전) 중 하나로 꼽히며 강세 흐름을 이어온 조선업종에 대해 한영수 삼성증권 인더스트리팀장은 한경 마켓PRO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주가가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싼 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조선산업에 나타나는 변화는 구조적인 것으로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호황이 이어지겠지만, 현재는 단기적인 상승 여력은 많이 축소된 상태”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미 조선사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급하게 차익실현에 나설 필요는 없지만, 새로 매수하려는 투자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 팀장은 호황기로 접어드는 초기의 조선주 주가는 실적 발표 전에 주가가 하락했다가 이후 회복하는 패턴을 보이니, 하락했을 때를 매수 타이밍으로 잡으라고 조언했다.

조선 빅3 모두 12개월 포워드 PER이 ‘N/A’

조선산업의 구조적 성장을 점치는 한 팀장이 지금을 매수 타이밍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이유는 단기 모멘텀을 바탕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투자자에 있다. 그는 “보통 모멘텀을 바탕으로 조선업종 주식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보유기간은 3개월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조선사들의 재무제표가 좋아지는 속도는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느리다”고 말했다.

실제 선박 수주 호황 이야기가 나온지는 1년이 넘었지만,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모두 적자다. 이에 따라 주가와 기업의 수익성을 비교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의 12개월 포워드 지표는 세 회사 모두 ‘해당사항 없음(N/A)’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연간으로 적자를 기록한 뒤 올해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위기가 있었던 2015년 이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수주가 호황이라는데, 매출도 시원스럽게 늘지 않고 있다. 선박 수주 이후 실적에 반영되기까지의 시차 때문이다. 조선사들은 선박을 수주하면 1~2년 동안 설계 기간을 거친 뒤 야드(작업 장소)에서 실제 작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매출을 반영하기에,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산사태로 인한 수주 공백의 영향이 남아 있다. 이에 더해 올해 2분기에는 러시아 관련 프로젝트 차질 등으로 인해 매출이 좋지 못했다고 한 팀장은 설명했다.

철강 가격도 재차 발목을 잡았다. 작년에 철강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 들어 철강 가격이 더 올라 추가로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3257억원, 3507억원, 5696억원이다.

“단기적인 실적 악화가 반드시 부정적인 건 아냐”

하지만 한 팀장은 “단기적으로 실적이 악화되는 것 자체가 조선업종 주가에 반드시 부정적인 건 아니다”며 “조선업황이 좋아지는 초반에는 보통 조선사들의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된다. 이건 2000년대 후반의 조선업 호황 직전인 2003~2005년에도 그랬다”고 말했다. 선박 건조 프로젝트 수주 이후 매출에 반영되기까지의 시차가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업황이 정말로 좋아지는 중이라면 당연히 기자재와 인건비 등 모든 원가가 오르게 돼 있습니다. 오른 원가를 반영해 수주한 프로젝트가 매출에 반영되는 건 나중이고, 원가 상승은 당장 반영되잖아요.” 현재의 적자가 조선업황이 회복하는 징후라는 말이다.

한 팀장은 이번 조선업황의 상승 사이클은 상당히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선박을 지을 조선소가 부족한 공급 부족 상황인 데다, 공급이 늘어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 팀장은 “너무나 길었던 조선업 불황 국면에서 글로벌 조선업계가 구조조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선대 확충에 나선 해운사들이 선박을 발주할 조선소가 몇 개 안 남은 상태”라며 “그래서 선가가 올라가고 있지만, 당장 조선사들이 설비나 생산능력을 늘리기는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조선소가 생기기도 힘들다. 환경 규제 때문에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이걸 극복해도 선박을 수주하기 힘들다고 한 팀장은 설명했다. 그는 “조선업이라는 게 기술도 중요하지만, 해본(선박을 지어 본) 업체가 하는 트랙 레코드(경력)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무 리스크에 주목…해양플랜트도 적정 비중 수주해야”

조선업황이 좋아지는 건 맞지만, 종목에 따라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호황으로 전환하기 전에 적자누적으로 회사가 무너질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한 팀장도 조선업황의 구조적 상승을 설명하며 “재무적인 체력이 있는 조선사들에 한정된 이야기”라고 짚었다.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전제 하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리스크들이 조선산업을 2015~2016년과 같은 위기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조선사들의 수주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쏠렸다는 지적에 대해 한 팀장은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해양플랜트보다는 리스크가 작다고 답했다. 해저유전에서 원유나 가스를 생산하는 구조물의 경우 계약이 파기됐을 때 이미 건조한 걸 되팔기 힘들지만, LNG운반선은 다른 선주를 구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 실제 삼성중공업이 러시아에서 수주한 쇄빙 LNG운반선을 공동발주한 일본 NYK가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기도 했다.

최근 다시 발주 조짐이 감지되는 해양플랜트 분야에 대해서도 한 팀장은 한국 조선업계가 경험을 많이 쌓았기에 과거와 같은 손실을 기록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과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문제가 생겼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경험 부족”이라며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조선사가 떠안을 수 있는 리스크를 제어하지 않은 “헐거운 계약서”를 지적했다.

오히려 한국 조선사들이 과거 경험을 쌓은 만큼 해양플랜트 일감도 적정 비율로 확보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작년 현대중공업이 브라질 페트로브라스로부터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하부설비를 수주한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싱가포르 조선사 케펠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현대중공업이 하부 구조물을 납품하는 형태로, 현대중공업은 리스크를 회피하는 구조라고 한 팀장은 설명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