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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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권으로 삼성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내년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임원(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상당하는 분석이다.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다진 뒤 ‘뉴삼성’ 비전을 새롭게 내놓는다는 시나리오다.

준법감시위 머리 맞댄다

14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르면 16일께 회의를 열어 지배구조 개편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경영 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할 만한 주요 사안을 제안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의 윤리·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다. 이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의 권고로 2020년 2월 출범했다. 준법감시위는 2020년 이 부회장에게 무노조 경영 철회와 4세 경영 승계 포기를 선언하도록 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 1월 “지배구조 개선은 삼성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외부 전문가 조언과 내부 구성원 의견을 경청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회장 승진할까…지배구조 향방은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져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9%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지적한 금산분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5억815만 주)을 처리해야 한다. 삼성은 2013년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가 이 부회장이 지난해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관련 작업을 미뤄왔다.

이 부회장의 등기임원 선임 문제도 관심사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부회장 직함으로 활동 중이지만 미등기임원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 중 회장 직함을 달고 있지 않은 총수는 이 부회장뿐이다.

경제계에선 대주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등기이사 선임과는 별개로 담당 업무 성격상 회장 직함을 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복권으로 5년 취업제한 규정에서 벗어나 등기임원 선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재용의 뉴삼성'…지배구조 개편 속도낸다

족쇄 풀려 경영 전면에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삼성은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미래 투자와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겪기 시작한 2017년 이후 M&A를 하지 않았다. 2016년 인수한 미국 하만이 마지막 M&A다. 삼성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가 일부 남아 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숨통이 트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M&A는 파운드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 부회장의 강점으로 꼽히는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및 확장 기회도 많아질 전망이다. 다음달 미국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와 관련해 주요 그룹 경제사절단이 꾸려지면 이 부회장이 중요 역할을 맡아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