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고물가에 민생 악화…"국가 성장 주도하는 경제인 엄선"
과거 정부 대부분 첫 사면서 정치인·기업인 배제…MB정부는 예외
尹정부 첫 사면 '위기 극복·민생' 방점…정치인 배제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은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관심을 모았던 정치인들은 과거 기조대로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광복절을 맞아 12일 서민생계형 형사범·주요 경제인·노사관계자·특별배려 수형자 등 1천693명을 이달 15일 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이번 특별사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형기가 종료된 이 부회장은 이번 사면에서 복권되면서 취업제한이 풀렸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사면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고물가·고환율로 인한 민생 어려움이 심화하는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기업인 사면과 관련해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인 점을 고려, 적극적인 기술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의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을 엄선해 사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생계형 민생사범과 노동 사범들 역시 대거 첫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 배려 수형자 등 1천693명이 특별 사면으로 석방됐고,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등 노사 관계자 8명도 사면됐다.

운전면허 취소나, 자가용 화물차 운송업, 여객 운송업, 공인중개업, 생계형 어업인 등 행정제재 감면 조치도 함께 시행됐다.

한 장관은 "생계형 형사범과 장애인 등 온정적 조치가 필요한 대상자들에 대한 사면으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배려하고자 했다"며 "집단적 갈등 상황을 극복하고 노사 통합을 통한 사회발전의 잠재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노사 관계자도 대상에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은 이번 사면에서 배제됐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야권 인사는 물론, 최경환 전 의원과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 여권 인사들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유력 사면 대상으로 거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제외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이 전 대통령 사면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과거 전례에 비추어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는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며 정치인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정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여론이 좋지 않은 정치인 사면을 단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껴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尹정부 첫 사면 '위기 극복·민생' 방점…정치인 배제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 취임 후 첫 사면에서 정치인을 사면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생계형 민생사범이나, 이전 정부에서 처벌받은 공안·노동 사범에 대한 사면이 주를 이뤘다.

김영삼 정부는 취임 초기인 1993년 3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된 고(故) 문익환 목사를 특별가석방하고 70세 이상의 장기복역 간첩 등 공안 사범과 민생사범 4만1천886명을 사면했다.

외환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서는 대통령 취임 17일 만인 1998년 3월 당시 밀입북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소설가 황석영 씨 등을 포함해 552만여 명에 대한 대규모 사면·복권이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 역시 취임 후 두 달가량이 지난 2003년 4월 민혁당·영남위원회 사건 관련자 등 1천424명에 대한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예외적으로 첫 특별사면부터 정치인들 여러 명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훈평·박상규 전 민주당 의원,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 문희갑 전 대구시장 등 12명이 사면으로 풀려났다.

경제인 사면도 대규모로 이뤄졌다.

정몽구 전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는 물론 중소기업 대표들까지 광범위하게 사면 됐다.

전체 사면자는 282만여 명 규모였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약 1년만인 2014년 1월 첫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과거 기조대로 재계와 정치인들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고, 생계형 민생사범 5천925명을 사면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취임 첫해 연말 생계형 사범 6천444명을 사면했다.

용산참사 관련자들이 대거 사면 대상에 포함됐지만, 경제인들은 배제됐다.

정치인 중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이 유일하게 특별복권 대상이 돼 피선거권을 다시 얻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