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광파(外光派). 프랑스어로는 앙 플랭 에르(En Plein Air)로 19세기 프랑스에서 발생한 화파를 말한다. 문자 그대로 태양광 아래에서 자연을 묘사한 화가들을 일컫는다.

19세기 후반까지 유럽의 화가들은 대부분 빛이 제대로 안 드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했다. ‘오르낭의 매장’(1849), ‘돌 깨는 사람들’(1849)을 그린 사실주의 미술의 선구자 귀스타브 쿠르베조차도 유화는 아틀리에에서 그렸는데, 그의 작품 속 색채는 다갈색 나뭇가지, 녹색 나뭇잎 등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19세기 사실주의 사조가 대세가 되면서 빛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기 위해 직접 야외에서 작업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화가들은 작은 스튜디오에서 생계를 위해 그렸던 후원자의 초상화나 전통 같은 것들에서 벗어나 길 위에서 자유를 얻었다.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현대 화가는 비비안 수터(73)가 있다. 스위스 예술가인 그는 캔버스를 틀에 고정하지 않고, 자연의 풍파가 그대로 스며들게끔 그림을 그린다. 투박한 천 그대로 공중에 겹쳐서 전시한 모습은 광기마저 느껴진다. 30년 이상 과테말라 아티틀란 호수 주변에 은신하며 작업해온 작가는 스위스 현대 미술관 쿤스탈레 바젤이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2021년 스위스 초현실 화가의 이름을 딴 메레오펜하임대상을 수상했다. 내년 5월 광주비엔날레에도 초청됐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