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
국립중앙박물관, 66점 빌려 전시
인류 첫 문자 '쐐기문자' 담긴 점토판
기원전 영수증·판결문·처방전에
명품 장신구·'포샵'한 조각상까지
"사람 사는 것 똑같다" 느끼는 재미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지금의 이라크 주변 지역)는 인류 최초의 문자(쐐기문자)를 낳은 곳이다. ‘모든 이야기의 원조’로 불리는 길가메시 서사시, 함무라비 법전, 60진법, 도시의 개념이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다.
한국 찾은 美 메트로폴리탄 소장품
국립중앙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전시회는 메소포타미아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세계 최고 박물관 중 하나인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소장품 66점을 빌려왔다. 상설 전시관 3층에 메소포타미아실까지 따로 만들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현대 문명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이집트·인더스·황하 문명 등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 않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수로 덕분에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언제든지 끌어 쓸 수 있게 되자 식량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먹을 게 충분해지니 인구가 늘고 도시가 생겼다. 식량 생산 외에 다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분업과 전문화가 시작됐다. 이들은 물물교환을 했다. 시장경제가 생겨나고 돈의 흐름을 기록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문자가 발명됐다는 얘기다.
“어디나 사람 사는 건 똑같네”
전시된 수천 년 된 점토판 13점을 살펴보면 복잡다단했던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기원전 3100년경 만들어진 ‘맥아와 보릿가루 수령 내역을 적은 장부’는 당시 신전에서 양조업자에게 맥주 재료를 빌려주고 발행한 영수증이다. 기원전 20~16세기 사이 구구단 5단을 적은 ‘5단 곱셈표’, 갖가지 영수증, 판결문, 정신질환과 귀 치료 처방전도 있다. 유산 다툼을 둘러싼 기록에 적힌 시시콜콜한 사연들을 읽다보면 “사람 사는 건 언제, 어디에서나 다 똑같다”는 옛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