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 둔화에 임직원 스톡옵션·오버행·고평가 논란까지
카카오그룹 시총 7개월새 '반토막', 68조 증발…200만 개미 한숨
쪼개기 상장과 고평가 논란에도 연이은 자회사 상장으로 단숨에 몸집을 불린 카카오 그룹의 시가총액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반 토막이 났다.

긴축으로 인한 성장주 부진에 더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와 대주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성장성 의심 논란 등 잇단 악재로 여러 차례 주가가 꺾여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 그룹사 시총 128조→60조원…성장주 부진·스톡옵션 논란
10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종가 기준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넵튠 등 카카오 그룹의 5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59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자회사 기업공개(IPO) 이후 역대 최대였던 작년 11월 29일 127조9천억원과 비교하면 68조1천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불과 7개월여 만에 그룹사 시총이 절반 넘게 증발했다.

이 기간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54조8천억원에서 31조9천억원으로 22조9천억원 줄었고, 카카오페이 22조4천억원(31조1천억원→8조7천억원), 카카오뱅크 18조5천억원(33조4천억원→14조9천억원), 카카오게임즈 3조8천억원(7조7천억원→3조9천억원), 넵튠 5천억원(9천억원→4천억원) 등 계열사의 시총도 40∼70%대 감소했다.

증시의 전반적인 부진에 고강도 긴축으로 금리가 올라가면서 성장주가 타격을 입은 영향이 컸다.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의 실적이 주목받는 성장주는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성장성이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

카카오 주가만 하더라도 이 기간 12만3천원에서 7만1천800원으로 41.6% 떨어지며 시총 순위 5위에서 9위로 밀렸다.

카카오와 더불어 국내 양대 빅테크인 네이버 주가도 이 기간 38만6천500원에서 24만9천원이 됐다.

게다가 카카오 그룹의 경우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와 대주주 블록딜 등 논란이 터질 때마다 주가가 휘청였다.

지난달 8일에는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인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가 보통주 500만주를 블록딜로 처분하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15.2% 급락했다.

알리페이의 보유 지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는 카카오페이 공모 당시부터 제기됐다.

카카오페이 상장 전 알리페이가 보유한 약 5천102만주(45.0%) 중 3천712만주가량이 상장 후 즉시 유통이 가능한 물량이었다.

여기에 지난 5월 3일자로 의무보유 기간 6개월이 만료돼 추가로 유통 가능해진 물량도 약 1천389만주에 달한다.

카카오페이는 이번 알리페이의 블록딜 이후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앤트그룹(알리페이 모회사)은 카카오페이 2대 주주이자 전략적 투자자(SI)로 강력한 파트너십을 이어간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주가는 당일부터 나흘간 27.9% 급락했다.

카카오그룹 시총 7개월새 '반토막', 68조 증발…200만 개미 한숨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류영준 당시 대표 등 임원 8명이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해 약 900억원을 현금화한 것을 계기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주가는 사흘간 14.4% 떨어졌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지며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공동 대표로 내정됐던 류 전 대표는 취임 전에 물러났고, 경영진들은 책임 경영을 발표하며 주식 재매입에 나섰다.

경영진은 최근에도 신뢰 회복과 책임 경영을 위한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신원근 대표가 지난 16일 카카오페이 주식 1만5천주를 약 12억원에 매입한 데 이어 나호열 기술협의체 부문장 등 전·현직 임원 4명도 2만3천52주를 약 18억원에 매입했다.

자사주 취득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적으로 직접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로 여겨진다.

문제는 이와 동시에 내부 임직원들은 꾸준히 스톡옵션을 행사해 자사주 매입의 빛이 바래게 하고 있단 점이다.

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당장 오는 11일 스톡옵션 행사로 보통주 1만3천766주가 추가 상장한다.

이는 지난달 21일 1주당 5천원에 발행된 물량이다.

지난달에도 3만3천921주가 스톡옵션 행사로 추가로 상장했다.

2월(6만6천58주), 3월(21만9천928주), 4월(26만9천625주), 5월(4만2천542주), 6월(3만3천921주) 등 올해 상반기 스톡옵션 행사로 새로 상장한 주식 수만 해도 63만2천74주에 이른다.

작년 11월 3일 상장 당시 1억3천36만7천125주였던 카카오페이 주식 수는 현재 1억3천251만5천154주로 증가했다.

스톡옵션은 주가가 행사가액 이상으로 상승하면 이를 보유한 임직원의 이익이 커지는 만큼 기업 가치를 증대를 유도하는 보상 수단으로 여겨져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일부 혁신 성장 기업의 과도한 스톡옵션 부여는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돼 왔다.

카카오그룹 시총 7개월새 '반토막', 68조 증발…200만 개미 한숨
◇ 카뱅, 대주주 블록딜·성장성 둔화 리포트에 주가 '휘청'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 한 달만인 작년 9월 우정사업본부가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투자한 지분 대부분을 블록딜로 처분하면서 하루 만에 주가가 7.8% 떨어졌다.

같은 해 12월에는 넷마블이 지분 약 762만주를 처분하면서 당일 주가가 급락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스톡옵션 행사 물량이 꾸준히 상장되고 있다.

지난 4월 103만7천200주 등 올해 들어서만 보통주 110만2천200주가 스톡옵션 행사로 추가 상장됐다.

무엇보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성장성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주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29일 DB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분석을 개시하면서 당시 주가(28일 종가 3만3천750원)보다 낮은 2만4천600원을 목표가로 제시했다.

이 증권사는 '은행과 현실의 괴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가 은행 규제를 받는 만큼 은행의 성장 논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강조하는 플랫폼 수익에 대한 의구심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여파에 지난 1일 주가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만원대를 찍었고, 이후 임원들은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며 진화에 나섰다.

카카오그룹 시총 7개월새 '반토막', 68조 증발…200만 개미 한숨
◇ 카카오 소액주주 202만명…카카오페이 29만명, 카카오뱅크 75만명
코로나19 이후 카카오와 계열사의 소액 주주도 적지 않게 늘어나 카카오 관련주의 부진은 카카오와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 소액주주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02만2천527명까지 불어나 '국민주' 반열에 올랐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는 모두 작년 공모주 열풍의 주역이었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기업 철학에 맞춘다며 국내 최초로 일반 청약 공모주 물량 100%를 균등 배정해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카카오페이의 소액 주주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9만1천272명, 카카오뱅크 작년 말 기준 75만8천315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