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엄철 부장판사)는 15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시신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0·남)씨와 B(27·남)씨의 공소장 내용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 내용으로는 A씨 등에게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A씨 등이 지난해 9월 중순께부터 11월까지 C(28·남)씨를 계속해 폭행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는데도 그대로 방치해 살해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살인을 방조하고 함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한 D(25·여)씨와 관련해서도 "폭행을 제지하지 않았고 구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폭행을 부추겨 피해자를 사망하게 하면서 살인을 방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망에 이를 정도의 타격 행위가 있고 고의가 인정될 경우 살인죄가 구성된다"며 "공소 사실만 보면 폭행치사나 상해치사죄로 구성돼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공소사실에서 '방치'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구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살인은 사람을 죽인 것이지 사망케 한 것은 아닌 만큼 공소 사실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서 D씨에게 적용된 살인방조 혐의도 폭행치사 방조 등으로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공소장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상황에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작위'라고 한다.
통상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A씨 등 3명과 시신유기 혐의를 받은 E(30·여)씨 등 4명은 황토색 또는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해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담담하게 답했다.
이들은 지난해 9∼11월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빌라에서 C씨를 상습 폭행해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C씨가 숨지자 2∼4일간 방치하다가 경기 김포시 승마산 입구 인근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20일 승마산에서 나물을 캐던 주민이 시신을 발견했다고 신고하자 수사를 벌여 같은 달 28∼29일 A씨 등 4명을 검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