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고 향후에 심각한 분쟁으로 확산될 소지가 농후해 논란을 정리해보게 되었다. 바로, 상가점포 소유권변동을 기화로 해당 상가점포 내 대항력있는 임차인이 중도해지를 요청할 수 있는지의 논란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임대차 건물 소유권이 변동되면 변경된 건물주로부터 명도나 차임인상요청을 받게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 임차인의 고민거리였다. 상임법 역시 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보장에 초점을 맞추어왔는데, 대항력의 적용범위를 환산보증금기준 이하 임대차계약에 국한하지 않고 확대한다거나, 갱신요구권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영업부진이 계속되면서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장기로 계약했던 기간이 임차인에게 오히려 더 짐이 되고 있다. 임대인에게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합의해지를 시도하지만 쉽지 않다. 몇 년 전에 체결된 월차임 수준은 불황인 지금 기준으로는 너무 높아 이 조건에 맞추어 다른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중도해지 해야 하는 절박한 임차인 입장에서 “건물주 변경”이라는 절호의 찬스(?)가 생긴 것인데, 이 때문에 건물주변경을 기화로 해서 임차인 중도해지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이런 사태로 인해 임대차계약의 중도해지 그 자체 뿐 아니라, 건물매매의 취소(해제)라는 분쟁으로도 이어지는 등 사회적 혼란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과연 건물주 변경을 이유로 한 임차인의 중도해지는 가능할 수 있을까? 대항력없는 임차인의 경우에는 별다른 논란이 없다. “임대차계약에 있어 임대인의 지위의 양도는 임대인의 의무의 이전을 수반하는 것이지만 임대인의 의무는 임대인이 누구인가에 의하여 이행방법이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목적물의 소유자의 지위에서 거의 완전히 이행할 수 있으며, 임차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신 소유자에게 그 의무의 승계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임차인에게 훨씬 유리할 수도 있으므로 임대인과 신 소유자와의 계약만으로써 그 지위의 양도를 할 수 있다 할 것이지만, 이 경우에 임차인이 원하지 아니하면 임대차의 승계를 임차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스스로 임대차를 종료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공평의 원칙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임차인이 곧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고, 임대인과의 임대차관계도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1998. 9. 2. 자 98마100 결정 등에 따른 해석이다.


문제는 대항력있는 임차인의 경우이다.




★ 상임법 제3조(대항력 등)
①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건물의 인도와 「부가가치세법」 제8조, 「소득세법」 제168조 또는 「법인세법」 제111조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상가임차인의 대항력은 상가건물의 인도와 사업자등록신청이라는 절차만으로 대항력을 취득하게 되고, 그 다음 날부터 효력을 발생하게 되는데, 대항력을 갖춘 임대차계약은 임대인지위가 양수인 등에게 자동승계되면서 임차인은 양수인 등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하여 임대차목적물을 계속 점유·사용할 수 있으며, 임대차종료 시에는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법률상 당연승계이고, 따라서 임차인 동의나 통지절차도 불필요하다고 해석된다.




★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35616 판결[임대차보증금반환]
☞ 임차주택이 양수도된 후 임차인이 기존 임대인(양도인)을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반환청구소송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하면, 임차인이 주택의 양수인에 대하여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인 이상 양수인에게 임대인으로서의 지위가 당연히 승계된다 할 것이고, 그 주택에 대하여 임차인에 우선하는 다른 권리자가 있다고 하여 양수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의 승계에 임차인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기존 건물주의 지위는 어떻게 될까? 중첩적이 아닌 면책적 승계로 해석되고 있다.



★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35616 판결[임대차보증금반환]
☞ 임차주택이 양수도된 후 임차인이 기존 임대인(양도인)을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서 중첩적 승계라는 원고 주장 배척


주택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춘 후 임차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되어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반환 채무는 소멸한다.





★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8다카13172 판결[부당이득금]
☞ 원피고 공유 중 임대차계약체결되고 원피고 지분에 따라 보증금을 나누어 받았지만, 원피고간 경매 공유물분할판결에 의해 피고 지분을 원고가 취득한 다음 임차인에게 보증금전액을 반환한 것을 계기로 피고에게 당초 피고가 수령한 보증금액수 상당을 부당이득이라고 하며 반환청구한 사안


원심은 원고와 피고가 원판시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가 23분의10 피고가 23분의13의 지분비율로 공유하면서 1984.4.30. 소외 박일현에게 위 부동산 중 주택을 전세보증금 7,000,000원에 채권적 전세방식으로 임대하고 이때 수령한 전세보증금을 위 공유지분비율에 따라 원고가 금 3,043,478원을 피고가 금 3,956,521원을 각 나누어 가진 사실, 피고가 공유물분할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위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그 대금을 지분비율에 따라 배당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및 위 판결에 따른 경매분할을 위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원고가 1986.11.20. 위 부동산을 경락받아 1987.2.17. 그 앞으로 소유된 이전등기까지 마친 사실, 위 박일현은 1984.4.30.경 원고 및 피고로부터 위 주택을 임차한 후 위 주택을 인도받아 위 주택에 거주하여 왔으며 1985.2.28.에는 주민등록상의 전입신고까지 마침으로써 위 주택에 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갖추게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주택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하여 대항력을 구비한 후에 임대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는 것으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도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양도인의 임차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는 것이라 볼 것이니,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피고의 23분의13 지분소유권을 취득함으로서 피고의 위 박 일현에 대한 위 지분 상당의 금 3,956,521원의 임대보증금반환채무는 그 지분소유권과 일체로 원고에게 이전되고, 그에 따라 피고의 위 박 일현에 대한 임대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위 박 일현에게 당초 피고가 수령하였던 임대보증금 3,956,521원을 포함한 임대보증금 전액을 반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의무의 이행에 불과하고 그로서 피고가 같은 금액상당의 반환채무를 면함으로써 법률상 원인없이 같은 금액 상당의 이득을 얻고, 원고가 그로 인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부당이득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런데, 대항력있는 임대차라고 하더라도 임차인 보호를 위해 당연승계에 대한 임차인의 이의제기가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임대차보증금]
☞ 피고에서 소외인 앞으로 건물이 이전등기된 후 경매로 처분되자, 임대차계약 당사자인 피고를 상대로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

【판결요지】
[1] 대항력 있는 주택임대차에 있어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되므로 그러한 상태에서 임차목적물인 부동산이 양도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3조 제2항에 의하여 양수인에게 임대차가 종료된 상태에서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가 당연히 승계되고,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는 것이지만,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


[2]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전제로 행동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임대인의 지위승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이유】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소외인은 이 사건 주택을 양수하면서 다른 임차인들과는 새로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기존의 계약서에 전세보증금 채무를 승계한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원고에게도 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 이에 원고는 소외인에게 수령거절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자 그 경매법원에 임차인으로서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소외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전제로 행동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임대인의 지위승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여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런데 이 사안의 적용범위를 두고 논란이 있다. 임차인 보호차원에서 위 판결의 적용범위를 계약종료된 상태가 아니라 계약기간 도중 건물소유권변동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와 거래안정을 위해 계약종료된 상태에 국한해야한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실무에서는 대체로 후자의 입장이었는데, 이런 논란의 와중에 전자의 입장을 취하는 듯한 판결이 최근에 선고되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65689 판결[임대차보증금]


【판결요지】
구 주택임대차보호법(2013. 8. 13. 법률 제120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조 제1항에 따라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는 경우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그 결과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그러나 임차주택의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권자라도 스스로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원하지 아니할 때에는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임대차기간의 만료 전에 임대인과 합의에 의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지 아니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주택임대차보호법(2013. 8. 13. 법률 제120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조 제1항에 따라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는 경우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그 결과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그러나 임차주택의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권자라도 스스로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원하지 아니할 때에는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37646 판결 등 참조), 임대차기간의 만료 전에 임대인과 합의에 의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지 아니한다.


한편 타인에 대한 채무의 담보로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권리질권을 설정한 경우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민법 제352조). 이는 질권자가 질권의 목적인 채권의 교환가치에 대하여 가지는 배타적 지배권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537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질권설정자가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한 때에는 제3채무자가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인 채무를 변제하더라도 이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질권자는 민법 제353조 제2항에 따라 여전히 제3채무자에 대하여 직접 채무의 변제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5도5665 판결 참조). 제3채무자가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설정자와 상계합의를 함으로써 질권의 목적인 채무를 소멸하게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질권자는 여전히 제3채무자에 대하여 직접 채무의 변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인은 2012. 3. 6. 피고로부터 시흥시 (주소 생략)아파트 ○○○동 △△△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를 임대차보증금 110,000,000원에 임차하고, 그 무렵 전입신고를 마쳤다.


2) 소외인은 2012. 3. 13. 원고로부터 82,000,000원을 대출받으면서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중 98,400,000원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해 주었다. 피고는 2012. 4. 6. 원고에 대하여 위 질권설정을 승낙하고, 임대차기간의 종료 등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 질권 설정된 금액 내에서 위 대출원리금 등에 상당하는 임대차보증금을 원고에게 직접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


3) 피고는 2012. 6. 30. 소외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155,000,000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외인으로부터 매매대금 155,000,000원 중 임대차보증금 110,000,000원 및 이 사건 아파트를 담보로 하여 대출한 채무액 등을 제외한 잔액을 지급받기로 하였고, 위 매매계약에 따라 정산을 마친 다음 2012. 7. 2. 소외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마쳐주었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인 소외인은 임대인인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그와 동시에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매매대금채권과 보증금반환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피고는 질권설정의 제3채무자로서 질권설정을 승낙하였으므로 피고가 질권자인 원고의 동의 없이 질권설정자인 소외인과 상계합의를 함으로써 질권의 목적인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소멸하게 하였더라도 이로써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원고는 여전히 피고에 대하여 직접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소외인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피고로부터 임대인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였다고 전제한 다음,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과 임차권이 동일인에게 귀속하게 되는 경우 임차권은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임차권이 대항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혼동으로 인한 물권소멸 원칙의 예외 규정인 민법 제191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어 이 사건 아파트의 매매로 인하여 소외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소멸하거나 질권자인 원고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가져온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양수인의 임대인 지위승계 및 질권설정자의 권리처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극심한 영업부진으로 임대차 중도해지를 원하는 임차인들이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 관련분쟁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 판결에 대한 해석이 실무상에서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임차인의 이의제기는 건물양수도에 따른 면책적 당연승계 원칙에 대한 엄연한 예외인데, 이를 너무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반할 수 있는데다가, 보증금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고 정산하는 현재의 관행하에서 소유권이전등기 이후 임차인의 이의제기로 인해 대금 정산문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확대해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현재의 임차인 있는 부동산 매매거래관행은 임대차보증금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고 정산하는 것인데, 임대차기간 중에 있는 임차인의 이의제기로 임대차중도해지가 가능하다고 하면, 매매대금 정산문제 및 임대차계약 유지에 관한 매수인의 신뢰보호, 나아가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믿고 이루어진 매매의 효력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게 된다. 이런 불안정한 법률관계는 부동산 거래까지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소유권변동을 통해 임대인 지위가 이미 면책적으로 승계되는 효과가 발생하였는데, 그 후 임차인의 이의제기로 이런 승계효과를 없었던 것으로 번복하고 기존 건물주에게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부자연스럽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판결의 적용범위를 임대차목적물 양도 이후 임차인의 해지통보가 있었던 경우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위 판결은 판시내용에 다소 오해소지가 있지만, 기존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임차하여 살고 있던 임차목적물을 임대인으로부터 매수하면서 매수와 동시에 임대차를 합의해지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임대차관계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법리인데, 당사자간 합의로 임대차가 종료된 상태에서 임대차목적물이 양도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다는 위 2001다64615 판결과 기본적으로는 같은 취지로 보여진다.


이와 같은 논란은 상가점포 뿐 아니라 주택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고 임대차는 물론 매매계약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혼란을 조속히 불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대법원의 명확한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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