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갯벌 매년 승용차 20만대 배출하는 온실가스 흡수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흡수원을 잘 가꾸고 늘려나가는 것도 중요한 정책이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남미 아마존의 열대우림 등은 탄소를 빨아들이는 대표적인 흡수원이다.

육상 생태계가 흡수한 탄소라는 뜻으로 '그린 카본'으로 불린다.

바다에도 이처럼 탄소를 흡수하는 주요 흡수원이 있는데 '블루카본'이라고 한다.

블루카본은 2009년 국제자연연맹(IUCN)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됐다.

2013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에서 발간한 국가온실가스인벤토리 작성 가이드라인 부속서에 탄소흡수원으로 추가돼 국제 공식 감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국제적으로는 맹그로브 숲, 염습지, 잘피림 등 3가지가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14일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는 맹그로브 숲은 없지만 잘피림과 염습지는 있다.

거머리말 등 해수에 완전히 잠겨서 자라는 속씨식물을 통칭하는 잘피의 국내 서식지 면적은 44㎢ 정도다.

갈대, 칠면초 등 염생 식물(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잘 자라는 식물) 서식지는 35㎢ 정도로 조사됐다.

우리 정부는 현재 국제 공인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내 '비식생 갯벌'의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가치를 확인하고 공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식생 갯벌은 염생 식물이 자라지 않는 갯벌로 국내 분포 면적은 2천491㎢이다.

그동안 비식생 갯벌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에 대해 국제사회 연구 결과가 없었지만 지난해 서울대 김종성 교수 연구팀이 4년간의 연구 끝에 갯벌의 탄소 흡수량을 규명하며 토대를 만들어 놓은 상황이다.

해당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갯벌은 승용차 20만대가 내뿜는 것과 맞먹는 약 49만t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수산부는 비식생 갯벌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신규 블루 카본으로 해양 퇴적물, 해조류, 패각, 플랑크톤 등을 인정받기 위한 연구를 올해부터 시작했다.

'블루카본 기반 기후변화적응형 해안조성 기술 개발'이라는 연구로 서울대 김종성 교수가 사업단을 이끌고, 군산대학교, 해양환경공단 등 총 2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비식생 갯벌을 탄소 흡수가 1.7배 더 뛰어난 염습지로 바꿔나가는 계획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 갯벌 식생복원 사업 대상지 4곳을 선정하고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

전남 신안군 북부권역, 서귀포시 성산읍, 충남 태안 근소만, 충남 서산 가로림만 등으로, 시범사업을 해 본 뒤 단계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사업은 갯벌의 탄소 흡수력 증진을 위해 갯벌에 염생식물 군락지를 복원하는 것이다.

아울러 온실가스 저감과 해양생물 서식지, 휴게공간 등 해양생태계 서비스 가치를 높이고 생태관광 활성화를 도모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블루 카본 연구에서는 인공 구조물로 이루어진 해안선을 자연 해안선으로 바꿔 탄소 흡수력을 증진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비식생 갯벌이 국제적으로 블루 카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는 갯벌의 탄소 흡수력을 입증해야 하고, 국제적으로는 갯벌 보유국 및 블루 카본 전문가들과 공조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는 블루 카본을 발굴하고 보존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