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회 기념 특별전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 세상' 설명회에서 어린이들이 입체경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회 기념 특별전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 세상' 설명회에서 어린이들이 입체경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각 분야의 초보자를 어린이에 빗댄 용어에 대해 어린이들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4일 주식 투자 초보자를 뜻하는 '주린이', 요리 초보자 '요린이' 등 용어를 사용하는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 1위로 '어린이를 존중해주세요'(25.6%, 이하 중복 응답)를 선택했다. 해당 설문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린이는 사전적으로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춰 이르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어떤 분야에서 실력이 낮은 사람을 뜻하는 표현으로 '~린이'를 합성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비하 의미가 담긴 용어를 묻는 말에는 온라인상에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어린이를 뜻하는 '잼민이'(70.2%), 급식을 먹는 나이의 학생들을 말하는 '급식충'(65.8%), 초등학생을 뜻하는 '초딩'(51.0%) 순으로 꼽혔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자주 사용되는 '골린이'(골프 초보), '헬린이'(헬스 초보) 등 특정 단어에 '~린이'를 합성한 단어를 비하 용어로 인식하는 아동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어린이 중 유독 철이 없고 막말하는 아이들이 있어 쓰이는 것 같다'(35.8%), '어린이를 미숙하고 부족한 존재로 보는 표현'(23.0%)가 꼽혔다.

부모님과 선생님, 어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로는 '남들과 비교하지 말아 주세요'(25.0%), '어린이에게 어른들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22.8%), '우리는 부족한 것이 아니고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22.0%) 순이었다.

재단 측은 "우리 사회가 미숙한 사람을 빗대어 표현하는 단어 속에 아이들에게 가하는 언어폭력의 소지는 없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에는 '~린이'로 일컫는 것이 아동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라는 취지의 진정이 제기됐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공공기관의 공문서 등에 '∼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홍보·교육 등 방안을 마련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는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이 같은 표현이 쓰이지 않도록 점검하는 등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해당 진정의 피해자가 특정되거나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인권위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각하했으나 해당 표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어떤 일에 아직 미숙한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보다는 정감있게 표현하는 것으로, 차별적 표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도 병존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립국어원도 "차별적 표현의 정의와 범위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린이'가 차별적 표현에 해당하는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져야 할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