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로 연 매출 900억 올린 롯데백화점의 '말 못할 고민'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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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샵을 더 고급스럽게, ‘골프 문화’를 파는 백화점
![골프채로 연 매출 900억 올린 롯데백화점의 '말 못할 고민'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01.29873417.1.jpg)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골프 용품을 직접 매입(사입)해 판매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최고급 골프 쇼핑을 지향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미즈노, 젝시오 같은 대중용 골프클럽에선 롯데, 현대백화점 등 골프채 전문 유통업체를 입점시킨 경쟁사들에 비해 열세지만, 거꾸로 이 같은 단점을 장점을 바꿔가고 있다. 신세계는 혼마, 마루망, 마제스티 같은 초고가 골프클럽에 특화된 백화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골프가 대중화될수록 기존의 VIP 고객들은 좀 더 차별화된 제품을 원한다”며 “신세계는 단순히 골프채 등 용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의류, 여행, 커뮤니티 등을 아우르는 고급 골프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들이 골프 샵 고급화에 나서면서 롯데백화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AK골프와의 동거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변화를 꾀할 것인 지가 정준호 대표가 처한 딜레마다. 당장 롯데백화점 강남점에도 AK골프가 입점해 있다. 강남점은 정 대표가 ‘강남 탈환’을 목표로 공을 들이고 있는 점포다. 반포에 있는 신세계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압구정·무역센터점, 갤러리아 압구정점에 비견할 만한 강남 핵심 점포로 만들겠다는 게 정 대표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소공동 본점에 있던 상품매입본부를 강남으로 옮길 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롯데백화점 핵심 점포에 중저가 브랜드인 AK골프 포진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AK골프는 주로 일본 브랜드 등 중저가 클럽을 위주로 성장해왔다”며 “최근 공급망 문제와 원재료 수급의 어려움으로 골프채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타이틀리스트 등 일부 고가 상품군은 시장 1위인 골프존마켓에만 풀리고, 2위 사업자인 AK골프조차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 유통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아웃렛도 과거 병행수입 제품을 주로 취급하던 AK골프보다는 골프존마켓을 우선 입점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롯데백화점이 당장 AK골프와 관계를 끊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골프채 등 용품 판매로 거둔 매출은 900억원가량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약 3배 규모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롯데백화점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AK골프 선점 효과를 롯데백화점이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31개 매장 중 골프존마켓은 대전, 울산, 인천 등 11개로 주로 지방 점포에 입점해 있다.
롯데백화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골프존마켓과 AK골프의 ‘1등 전쟁’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골프 유통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올해 전국에 100개 점포를 추가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출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골프존마켓(법인명 골프존커머스)은 316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AK골프(법인명 AK무역)의 작년 매출은 1823억원이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