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린이를 위한 스윙 레슨(영상을 참고하세요)_사진 = 박희주 KLPGA 프로
골린이를 위한 스윙 레슨(영상을 참고하세요)_사진 = 박희주 KLPGA 프로
"걱정하지 마. 연습해도 안 맞고 안 해도 안 맞을 거야."

3개월간 골프 레슨이 끝나고 드디어 첫 라운드. "연습을 얼마 못 했다"고 걱정하는 내게 동료가 말했다.

첫 라운드 준비물 빠트린 것 없나. 밀려드는 걱정과 긴장감에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알림이 울리는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골프장으로 출발.

목적지는 구리포천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접근성이 가장 편하다 알려진 포천힐스CC. 클럽하우스에 도착하자 직원이 차로 다가온다. 유튜브에서 보고 일찌감치 직원이 골프백을 내려준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차에서 내려야 하나', '이름을 말해줘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이미 트렁크를 열고 골프백을 꺼내 갔다. '아 정말 골프백에 이름 석 자만 써두면 되는구나.'

낯선 라커룸에 가서 쭈뼛대며 옷을 갈아입고 골프공, 티, 선크림, 볼마커 등을 파우치에 담아 카트 타는 곳으로 집결. 설레는 마음으로 캐디와 인사를 나누고 첫 티샷을 위해 이동했다. "머리 올리는 멤버가 있다"는 말에 캐디가 여유있는 웃음을 지어보이긴 했지만 스쳐 지나가는 우려가 내게는 느껴졌다. 이윽고 눈 앞에 펼쳐지는 푸르디푸른 그린. '아 바라보고만 있어도 눈이 시원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티샷할 때 보통 일반 남성은 화이트티(레귤러티)에서 티샷하고 여성은 레드티(레이디티)에서 하게 된다. 레드티는 상대적으로 홀컵과 거리가 짧다지만 내겐 전혀 체감되지 않았다.

나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티박스에 섰다. 드디어 그간 연습했던 내 드라이버샷을 일행들이 보는 가운데 시원스럽게 허공으로 날려 보낼 시간이다.

카트를 타고 갈 때만해도 '연습한 대로 스윙해야지' 싶었지만 티박스에 서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며 레슨 프로에게 들었던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백스윙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클럽이 볼에 맞는 순간 '깡' 경쾌한 소리 대신 '팍'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공은 보기 좋게 지면을 타고 굴러갔다. 연습장에서 자신 넘치던 '골프 유망주'는 어디로 갔을까.
"머리 올리는 날 공을 띄우는 분은 원래 잘 없어요" 캐디가 위로를 건넸다.
"머리 올리는 날 공을 띄우는 분은 원래 잘 없어요" 캐디가 위로를 건넸다.
티샷 한 번만으로 보이지도 않는 저 먼 그린의 홀컵까지 얼마나 험난한 여정이 될지 짐작이 됐다.

"머리 올리는 날 공을 띄우는 분은 원래 잘 없어요."

캐디가 다가와 위로해줬다.

골린이들이 첫 라운드에서 꼭 지켜야 할 덕목이 '무조건 채 두 개 집어 들고 뛰기'라 하더니.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드라이버샷이 저 멀리 훌쩍 날아간 분들은 여유 있게 카트를 타고 이동하면 되지만 내 공은 예상치 못한 데로 이리저리 날아가기 일쑤.

드라이버샷이라고는 볼 수 없이 바로 앞으로 굴러간 공을 쫓아 유틸리티를 들고 세컨드 샷을 준비했다. 어김없이 뱀처럼 땅을 스치듯 굴러가는 공.

연습장에서는 그래도 잘 맞는다고 생각됐던 아이언조차 철저히 나를 배신했다.
왼발 파묻고 공 5cm 뒤를 3/4 스윙해서 가까스로 벙커 탈출에 성공
왼발 파묻고 공 5cm 뒤를 3/4 스윙해서 가까스로 벙커 탈출에 성공
실제 잔디에서 공을 쳐본 적이 없는 내게 땅을 파듯이 클럽을 휘두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나 탑볼. 공은 또다시 30m쯤 굴러갔다.

이렇게 페어웨이가 광활한데 왜 내 공은 어렵사리 벙커나 해저드로 빠져버리는 걸까.

가까스로 그린 근처로 가는데 성공.

"회원님 50m에요."

내가 연습장에서 배우고 연습한 건 20m 어프로치샷 뿐인데 하늘이 야속할 지경. 결국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매홀 쓰리퍼팅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첫 라운드 날 병아리 골퍼는 달리고 또 달렸다.
첫 라운드 날 병아리 골퍼는 달리고 또 달렸다.
골린이라면 남들이 한 번 칠 때 3~4번 쳐야 하는 상황이라 뛰고 또 뛰어야 전체 플레이 시간이 지체되는 걸 그나마 방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뛰고 또 뛰었다.

이렇게 몇 홀을 돌고 나자 이제 지상과제는 정확하게 목표지점으로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공중에 뜨게 하는 것이 됐다.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낫 베드'를 연발하는 일행들에게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샷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정신없는 와중에도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푸릇푸릇한 잔디에서 공을 친다는 재미가 이제 막 느껴지려 하는데 벌써 마지막 홀이라고 한다. 아쉬운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 홀 티샷. 잘 친 영상 하나라도 건질 수 있을까 싶은 순간 다행히도 드라이버샷이 시원스럽게 하늘을 갈랐다. 경쾌한 '굿샷' 소리에 머쓱하게 돌아서서 티를 주워 들고 돌아서는데 '처음 치고는 잘 치네', '소질이 있다'는 격려가 어김없이 내게도 쏟아졌다. 이때 누군가 "그런데 '골프 소질 있다'는 말만 평생 듣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 일동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골프를 시작한 이들이라면 평생 한 번뿐인 첫 라운드. '골망진창'일 질지언정 내게도 그 소중한 추억이 쌓였다. 때마침 운 좋게도 KLPGA 프로 박희주 프로와 인터뷰가 잡혀 나 뿐 아니라 다른 골린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팁을 들어볼 수 있었다.



"한국 골프장은 플레이 속도에 신경 써야 해서 첫 라운드가 더 정신없을 수 있어요.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나도 모르게 리듬이 빨라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에요. 마음이 급해도 타깃을 먼저 확인한 후 스윙하는 게 좋습니다."

실제 그랬다. 첫 라운드 영상을 보니 정신없이 스윙하느라 내가 공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이른바 에이밍(aiming)하지도 않은 채 스윙하기 일쑤였다.

박희주 프로는 "스윙을 하기 전 내 공을 어디로 가야 할지를 생각하고 그 방향의 디봇(divot. 패인 자국) 하나를 정한 다음 그쪽으로 스윙한다 생각해야 최대한 목표 지점에 공을 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실제 스윙 전 빈 스윙을 두세번 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말했다.

박희주 프로는 "프로선수들도 시합에 나가면 연습할 때와 리듬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루틴을 정확히 만들어놓지 않으면 긴장하는 와중에 스윙이 더 흔들릴 수 있다. 긴장감이 들 때면 더 루틴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스윙 시 템포가 빨라지지 않게 '하나둘 셋' 마음속으로 읊으면서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3개월차 병아리 골퍼의 첫 라운드…KLPGA 프로의 참조언 [골린이 탈출기]
박희주 프로는 다른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골프는 시작할 때 전문가에게 레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처음에 기본적인 자세를 잡아놓으면 구력이 오래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데 기본자세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스윙하다 보면 내 몸이 편한 대로 스윙하게 돼요. 잘못된 스윙 자세로 몸이 굳어버리면 이를 고치기는 더 힘들어질 수 있어요."

박희주 프로에게 정타 맞추는 스윙법도 들어봤다.

그는 "드라이버샷을 할 때는 볼을 왼발 선상에 두고 왼쪽 눈으로 볼을 바라보는 게 좋다"면서 "아이언은 정확성을 요구하는 클럽이다. 클럽 헤드 무게를 느끼며 휘둘러주되 헤드업을 하지 않고 볼을 끝까지 봐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첫 라운드 때 신이 난다고 그린에서 뛰는 것은 금물이다. 민감한 그린 잔디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공을 여유 있게 챙겨가는 것은 기본이다.

"함께 첫 라운드를 나간 회원분 중에 28개 공을 준비해 갔는데 다 잃어버리고 나중엔 공이 없어서 빌려서 친 경우도 있었어요(웃음). 처음엔 공이 안 맞고 OB 나는 일이 다반사죠. 첫 라운드에서 골프를 잘 치려고 하기보다 내가 평소 익혀온 루틴대로 치려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공이 잘 맞지 않는다고 슬럼프가 올 때는 연습 방법도 바꿔보면서 흥미를 꾸준히 유지해 보세요. 골프는 매너가 전부인 운동이므로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에티켓을 지키다 보면 더 즐거운 라운드를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3개월차 병아리 골퍼의 첫 라운드…KLPGA 프로의 참조언 [골린이 탈출기]
<첫 라운드 갈 때 주의할 사항 5>

1. 넉넉한 갯수의 골프공, 장갑, 티샷시 사용할 골프티, 골프화, 골프웨어 준비. 티업시간 30분 전에 골프장 도착할 것

2. 그린 플레이 할 때 그린에서 뛰지 않고 스파이크 자국 나지 않게 조심하기

3. 라운드 가기 전 타겟 정해놓고 방향과 에이밍 연습하기

4. 슬로우 플레이는 동반자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

5. 필드를 다녀오면 리듬과 타이밍이 많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꼭 다시 리듬을 잡아주는 연습을 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사진 최혁 기자 / 영상 유채영 기자

*도움말 박희주 KLPGA 프로
/의상 협찬 - 헤일리 /스튜디오 - 티스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