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동나비엔 제품설치 현장사진. 경동나비엔 제공
미국 경동나비엔 제품설치 현장사진. 경동나비엔 제공
보일러업계가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미 시장이 정체된데다 '제살깍기'식 가격 경쟁으로 이미 레드오션이 된 국내에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경동나비엔은 미국 수출 호조로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최초로 60%를 돌파했다. 귀뚜라미와 대성쎌틱 역시 미국과 중국, 유럽과 남미 등에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매출이 국내 매출 추월한 경동나비엔...수출 드라이브 거는 귀뚜라미·대성쎌틱

21일 경동나비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해외 매출이 7075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1조1029억원)의 64.1%를 기록했다. 북미 지역매출은 5819억원으로 전년대비 48.4%증가했다. 2년 연속 국내 매출(2021년 3954억원)을 뛰어 넘은 것이다. 경동나비엔은 국내 보일러산업 수출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리모델링 수요가 커지면서 현지 1위 기업에 대한 소비 수요가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동나비엔은 에이오스미스 등 현지 보일러업체를 비롯해 린나이, 노리츠, 다카키 등 일본기업과 경쟁하며 콘덴싱보일러·온수기 분야에서 현지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등 30개국에 진출한 경동나비엔이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건 국내 보일러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데다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팔아도 큰 수익이 나지않는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국내 시장 특성상 기존 설치된 보일러를 다른 브랜드로 바꾸는 데 불편할 뿐만 아니라 건설사 대량 공급 물량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납품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에선 제 값을 주고 팔수 있기 때문에 미국시장이 회사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경동나비엔의 북미법인 순이익은 117억원으로 전년(57억원)에 비해 105.3% 늘었다.

귀뚜라미와 대성쎌틱 역시 미국 시장 강화에 나섰다. 귀뚜라미는 위탁개발생산(ODM)을 통해 미국 시장에 보일러를 공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신제품 공급도 늘릴 계획이다. 대성쎌틱은 이미 '베스타'라는 독자브랜드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 보일러는 미 동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겨울철 난방 보일러 수요가 높고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는 온수기 수요가 높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한국 보일러는 가격이 저렴하고 온수 공급 속도와 양이 뛰어나 현지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기할 수 없는 러·중...유럽 남미로 저변 확대

미국 다음으로 큰 보일러 시장인 러시아에선 이미 경동나비엔을 비롯해 귀뚜라미와 대성이 진출해 격돌하고 있다. 이미 현지 콘덴싱 보일러·온수기 시장점유율 1위로 '러시아 국민보일러'로 인정받고 있는 경동나비엔은 동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러시아를 삼고 시장 수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일러는 전략물자가 아닌 생필품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수출 타격은 크지 않은 상태다. 귀뚜라미는 우즈베키스탄 가전 1위업체인 아르텔과 협력으로 현지 생산라인을 구축해 보일러를 판매하고 있다. 다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로 판매도 확대할 계획이다.

서유럽시장의 경우 기술력이 뛰어난 독일과 영국 회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시장 확대는 쉽지 않다. 경동나비엔은 보일러의 '종주국' 영국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그리스 기름보일러 시장은 귀뚜라미가 현지 1위업체다. 귀뚜라미는 칠레 우루과이 브라질 등 남미 국가에도 기름 및 가스보일러를 수출하고 있다. 보일러업계가 미래먹거리로 삼는 시장은 중국이다. 현지 보일러업체들이 난립해 가격 경쟁이 치열한 탓에 당장은 큰 수익이 나진 않지만 현지 가스보일러 보급이 확산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 모두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