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0월 독일 하노버 라이프니츠 홀에서 녹음한 그의 두 번째 피아노 솔로 앨범으로 이달 1일 해외에서 먼저 발매된 데 이어 국내에도 선보였다.
이날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코로나로 인해 시간이 지나 앨범이 나왔는데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 같다"면서 "(오래간만이라) 낯설기도 하지만 익숙한 음반이어서 감회가 새롭고 반갑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앨범은 쇼팽의 네 개의 발라드와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구성됐다.
네 개의 발라드는 영화 '피아니스트'(2002)에서 주인공 슈필만(에이드리언 브로디 분)이 독일군 장교에게 들려주었던 곡으로도 유명하다.
조재혁은 2017년 베토벤 피아노 솔로 음반 작업 이후 평소 늘 마음에 담고 있던 쇼팽의 레퍼토리를 이번 음반에 싣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쇼팽은) 피아니스트로서 꼭 공부해야 하는 사람이고, 그의 음악 세계는 파고들수록 너무 깊고 좋다"면서 "그래서 정말 작정하고 연습하고 해석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조재혁은 이번 음반 작업을 하며 공연의 '라이브'처럼 음악을 담아내려 했다고 했다.
짧은 구간을 여러 번 반복해 녹음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로 변화하는 음악을 녹음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버전을 앨범에 실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곡의 전체 구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쇼팽의 피아노곡을 녹음한다고 하면 프렐류드나 스케르초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발라드와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선택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발라드 4곡을 한 앨범에 담지 않는 것은 곡의 색이 너무 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라드 2번은 어렸을 때부터 쳤고, 3번은 대학교 실기시험 때 연주해 함께한 세월이 오래됐다.
또 소나타 3번은 평생의 과업과도 같은 작품이다.
아무래도 애착이 가는 곡을 음반 컬렉션에 넣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녹음 작업에는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프로듀서상 수상자인 마이클 파인과 세계적인 톤마이스터(녹음 엔지니어) 최진 등이 참여했다.

코로나19로 관객이 찾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지난 12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홀에서의 공연은 티켓이 매진되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청중이 안 오는 경우가 많고, 청중 100명을 놓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매진됐습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에서는 기립박수를 주셔서 감동하기도 했죠. 쇼팽의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조재혁은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1위, 모나코 몬테카를로 피아노 마스터스 국제콩쿠르 입상 등을 차지한 피아니스트다.
하지만 그는 젊은 시절보다 요즘 훨씬 주목을 받고 있다.
6개 음반 중 5개가 지난 10년 이내에 나왔고, 주요 오케스트라의 협연 요청도 최근에 더 많다.
이에 대해 그는 "음악가의 커리어는 누가 계획할 수 없고, 기회가 비슷하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후반 음악과 멀어졌을 때를 떠올렸다.
콩쿠르에서 무수히 떨어지면서 회의감이 들어 변호사 시험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자 '음악은 어떻게 할까'란 고민이 다시 생겼다.
그는 "그때가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번 주어진 세상인데 해보고 싶은 거 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음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박사과정에 진학한 후 배짱이 생겼다.
이전에는 남을 위해 음악을 했다면 그때부터는 나 자신을 위해 음악을 하게 됐고, 신기하게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줬다.
이후 몬테카를로 콩쿠르에서 입상도 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조재혁은 음반 발매를 기념해 전국 8개 도시에서 리사이틀을 펼친다.
오는 29일 서귀포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천안예술의전당(5월 25일), 경남문화예술회관(5월 26일), GS칼텍스 예울마루(6월 3일), 롯데콘서트홀(6월 8일), 울산중구문화의전당(6월 9일), 전주한벽문화관(6월 11일), 강릉아트센터(6월 18일)에서 열린다.
"청중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음악회에 오시는 건 굉장한 일입니다.
만족스러운 음악을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청중들께 '감사드린다'고 하는 것은 정말 진심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