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빈말 아님 보여주려는 의도"…尹취임식·한미정상회담 등 주목

당장 18일부터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돼 있고 대규모 열병식 개최가 예상되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25일)을 비롯해 내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한미정상회담 등 북한이 도발 계기로 삼을 만한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어 군사적 긴장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미 군과 정보 당국은 이런 주요 일정을 계기로 핵실험 등 북한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감시 및 대비태세를 강화했다.
북한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한 사실을 17일 공개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속한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은 북한이 지난달 24일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며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후 23일 만이며, 올해 들어 13번째 무력 시위로 꼽힌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 속 무기는 외형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유사했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한 발사관에서 발사하도록 KN-23을 축소 개량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동안 북한이 태양절을 계기로 군사적 도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많았지만 정작 당일에는 평양에서 야회행사와 중앙보고대회, 군중행진, 축포행사 등 주민 참여형 행사 위주로 내부 결속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태양절이 끝나자마자 다음 날 곧바로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감행하며 무력 시위를 재개한 것이다.
일단 비행거리가 110㎞로 짧았고, KN-23의 기본적인 제원에도 미치지 못한 유도무기로 저강도인 전술적인 도발로 수위를 조절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이 신형 유도무기에 '전술핵 운용' '핵전투 무력' 등 마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처럼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에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핵탄두를 탑재하려는 의도라고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군과 전문가들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5일 남측을 향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담화를 낸 데 이어, 김 위원장이 참관한 이번 시험 발사를 통해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을 강화했다고 주장하는 대목에 주목한다.
북한은 시험 발사한 무기에 대해 "당 중앙의 특별한 관심 속에 개발돼 온 이 신형전술유도무기체계는 전선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 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측인 우리 측의 선제타격론에 대한 핵전쟁 불사론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2일 동해 공해상에 진입해 일본 해상자위대와 훈련을 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10만t급) 출동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미연합훈련의 본격 시행과 4년 5개월만의 미국 항모 진입 등을 겨냥한 차원의 무력 시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작년 3월 상반기 한미연합훈련 때 김여정의 담화를 통해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 엄포를 놨고, 8월 하반기 훈련 때는 남북통신연락선을 재차단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해온 전례가 있다.
군 관계자는 "태양절을 보낸 북한이 체제 결속 차원에서 자신들의 무력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는 25일께 예상되는 대대적인 열병식 개최를 앞두고 시험 발사가 이뤄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열병식에 새로운 무기가 나올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중요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만큼 열병식이 대대적인 규모로 개최될 가능성이 크고, 신형 다탄두 ICBM이나 소형 핵탄두 탑재를 추정할 수 있는 새 탄두를 갖춘 신형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공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다음 달 1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예정돼 있고 같은 달 21일께 서울에서 한미정상회담까지 예상되어 북한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크다.

3번 갱도는 내부의 '가지 갱도'의 깊이가 깊지 않아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실험에 이용할 것으로 군과 정보 당국은 평가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5월 한미정상회담 등을 자신의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한 타이밍으로 볼 것"이라며 "6월 남측의 '누리호' 발사를 명분 삼아 5월 군 정찰 위성을 가장한 미사일 발사체 등을 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