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잘 먹고 갑니다…몽골 독수리가 경남 고성까지 오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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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먹이 주는 '독수리아빠' 입소문…주 4회 '독수리식당' 운영
김해·창녕 등에 '분점'도…탈진 독수리 GPS 부착 등 보호 네트워크 가동 경남 고성군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독수리 월동지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몽골 내륙에 사는 독수리 떼들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로 내려와 월동한 후 이듬해 봄 몽골로 돌아간다.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 2천마리 중 700∼800마리가 고성군에서 겨울을 난다.
매년 겨울 고성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쉽게 독수리를 찾아볼 수 있다.
경기 파주, 연천 등 더 가까운 지역을 놔두고 이곳까지 내려오는 이유는 바로 '독수리아빠'의 애정 덕분이다.
'독수리아빠'로 불리는 한국조류협회 고성군지회 김덕성 지회장(71)은 벌써 25년째 독수리 밥을 챙기고 있다.
미술 교사였던 김 지회장은 월동한 독수리가 농약에 중독된 오리를 먹고 죽은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사비를 털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돼지나 소 부산물을 월동한 독수리에게 주기 시작했다.
초반에 200마리 남짓 머물던 독수리는 해가 갈수록 늘다가 500∼600마리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김 지회장은 2일 "사람들 사이에서도 맛집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듯 고성군도 입소문이 난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경기지역에서 독수리 밥 주기가 중단되자 더 많은 독수리가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 경쟁에서 밀린 1∼2살 어린 독수리가 고성을 찾는데, 작년부터는 3∼4살짜리도 눈에 띈다.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는 '독수리식당'은 11월 말부터 3월까지 일주일에 4번 문을 연다.
너른 논에 돼지나 소 부산물, 닭 사체 등을 펼쳐놓으면 하늘을 빙빙 돌던 독수리들이 사뿐히 내려와 식사하고 떠난다.
고성군 독수리식당이 너무 붐비면 손님 간 다툼이 일어나거나 음식이 부족할 수 있어 '분점'도 냈다.
김해 화포천 습지센터와 창녕 우포늪, 산청, 하동, 거제, 통영 등 곳곳에 크고 작은 독수리식당이 문을 연다.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는 살아있는 짐승이나 가축을 사냥하는 독수리(eagle)가 아닌 동물 사체를 먹는 독수리(vulture)다.
사냥 능력이 없어 위험하지 않지만, 죽은 동물이 없으면 굶어 죽기 쉽다.
이 독수리들은 가축을 위협하거나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기는 유해조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내 보호 여론이 일었다.
이에 고성군도 문화재청, 낙동강유역환경청, 몽골 명예영사관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독수리 보호 네트워크 구성 업무협약을 하는 등 보호에 나섰다.
탈진한 독수리에 위치정보시스템(GPS)을 부착해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등 생태조사도 추진한다.
현재까지 '고성이', '몽골이', '오뚜기', '마동이' 4마리의 몸통에 GPS가 붙었다.
고성군 등은 몽골로 돌아간 독수리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데이터를 축적해갈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독수리 GPS를 일반인이 관찰할 수 있도록 공개해 생태 보호와 독수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며 "독수리와 공존하는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해·창녕 등에 '분점'도…탈진 독수리 GPS 부착 등 보호 네트워크 가동 경남 고성군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독수리 월동지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몽골 내륙에 사는 독수리 떼들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로 내려와 월동한 후 이듬해 봄 몽골로 돌아간다.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 2천마리 중 700∼800마리가 고성군에서 겨울을 난다.
매년 겨울 고성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쉽게 독수리를 찾아볼 수 있다.
경기 파주, 연천 등 더 가까운 지역을 놔두고 이곳까지 내려오는 이유는 바로 '독수리아빠'의 애정 덕분이다.
'독수리아빠'로 불리는 한국조류협회 고성군지회 김덕성 지회장(71)은 벌써 25년째 독수리 밥을 챙기고 있다.
미술 교사였던 김 지회장은 월동한 독수리가 농약에 중독된 오리를 먹고 죽은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사비를 털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돼지나 소 부산물을 월동한 독수리에게 주기 시작했다.
초반에 200마리 남짓 머물던 독수리는 해가 갈수록 늘다가 500∼600마리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김 지회장은 2일 "사람들 사이에서도 맛집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듯 고성군도 입소문이 난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경기지역에서 독수리 밥 주기가 중단되자 더 많은 독수리가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 경쟁에서 밀린 1∼2살 어린 독수리가 고성을 찾는데, 작년부터는 3∼4살짜리도 눈에 띈다.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는 '독수리식당'은 11월 말부터 3월까지 일주일에 4번 문을 연다.
너른 논에 돼지나 소 부산물, 닭 사체 등을 펼쳐놓으면 하늘을 빙빙 돌던 독수리들이 사뿐히 내려와 식사하고 떠난다.
고성군 독수리식당이 너무 붐비면 손님 간 다툼이 일어나거나 음식이 부족할 수 있어 '분점'도 냈다.
김해 화포천 습지센터와 창녕 우포늪, 산청, 하동, 거제, 통영 등 곳곳에 크고 작은 독수리식당이 문을 연다.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는 살아있는 짐승이나 가축을 사냥하는 독수리(eagle)가 아닌 동물 사체를 먹는 독수리(vulture)다.
사냥 능력이 없어 위험하지 않지만, 죽은 동물이 없으면 굶어 죽기 쉽다.
이 독수리들은 가축을 위협하거나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기는 유해조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내 보호 여론이 일었다.
이에 고성군도 문화재청, 낙동강유역환경청, 몽골 명예영사관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독수리 보호 네트워크 구성 업무협약을 하는 등 보호에 나섰다.
탈진한 독수리에 위치정보시스템(GPS)을 부착해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등 생태조사도 추진한다.
현재까지 '고성이', '몽골이', '오뚜기', '마동이' 4마리의 몸통에 GPS가 붙었다.
고성군 등은 몽골로 돌아간 독수리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데이터를 축적해갈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독수리 GPS를 일반인이 관찰할 수 있도록 공개해 생태 보호와 독수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며 "독수리와 공존하는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