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에 경영권 8000억 매각
세계 1위 텐트 OEM 업체
외환위기로 돌연 상장폐지
'아마존 매트리스'로 재도약
美·日 등 수출…매출 1.2조
이 회장은 “그동안 고통이 컸지만 결국 그 위기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24일 밝혔다. 그러면서 “인생은 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갖 문제투성이인데, 그 문제를 푸는 게 사업이고 또 인생”이라며 웃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 경영권을 돌연 매각한 것은 2세 승계가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딸은 4년, 아들은 1년 근무했지만 제가 임직원과 함께 이룬 회사인데 자식이라서 경영에 참여하는 건 아니라는 자녀들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숱하게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한 걸 겪어 봐서 엄두가 안 났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1948년생으로 서른한 살이던 1979년 무역투자진흥공사(현 KOTRA)를 나와 창업한 이후 40년 넘게 경영자로 살아왔다. 500만원으로 지누스 전신인 진웅을 차려 한때 세계 1위 텐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키웠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중 외환위기 사태가 터져 텐트왕국은 몰락하고 1000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 2004년 화의(채권단 공동관리)를 거쳐 이듬해 회사는 상장폐지됐다.
2년 후 직원들과 함께 기존 캠핑산업 기술을 활용한 매트리스 사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매트리스 부피를 5분의 1로 줄여 상자에 담아 미국 전역에 배송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0년대 초반 아마존에 입점한 후 입소문을 타면서 ‘아마존 매트리스’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1000억원이라는 빚은 상상하기도, 감당하기도 버거운 대상”이라며 “매일같이 울었지만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꾼 후 거짓말처럼 꼬인 실타래가 하나둘 풀렸다”고 돌아봤다. 이어 “위기 덕분에 캠핑보다 규모가 큰 가구산업에 발을 들이고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라는 변화에 올라타 지금의 지누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새 도전에 나선 덕분에 OEM 회사에서 자체 브랜드를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기업 창업자이지만 비서도, 기사도 없다. 주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이제 빚은 거의 다 갚고 얼마 안 남았다”는 이 회장은 앞으로 스타트업 지원에 힘을 쏟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실패한 경험을 많이 공유하면 저처럼 실패를 많이 안 하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지 않겠냐”며 “동시에 이사회 의장으로서 지누스도 측면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백화점과 함께 하면 자라, 유니클로를 넘어서는 글로벌 브랜드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남=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