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가격이 60% 넘게 폭등하면서 니켈 2배 인버스 상장지수증권(ETN)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ETN 가치가 0으로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8일 한국거래소는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을 이날부터 거래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거래소 측은 “해당 ETN의 기초지수 종가가 0이 된 사실이 확인돼 투자자 보호 및 시장관리상 사유로 거래를 정지한다”고 설명했다.

이 ETN의 기초지수는 ‘S&P GSCI 니켈 -2배 지수(S&P GSCI Nickel 2X Inverse TR)’다. 니켈선물 가격의 일일 등락률을 역으로 2배 추종한다.

전날 니켈 선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 ETN 가치는 0으로 추락했다. 러시아 제재로 인한 공급 차질 우려에 지난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3개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66.25% 상승 마감했다. 이를 -2배로 쫓는 기초지수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수산출업체인 S&P는 결국 종가를 0으로 처리했다. 대신증권 측은 “향후 S&P가 기초지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등을 안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가가 0이 된 이상 기초지수가 앞으로 제 역할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거래소 측은 “기초지수 값이 0이 돼 ETN의 지표가치가 0이 되면 이후에도 계속 0으로 유지되므로 사실상 지표가치가 복원될 가능성이 없다”며 “향후 지수사업자인 S&P의 기초지수 처리 방향 등에 대해 추가 확인 후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TN의 지표가치가 0으로 떨어져 거래 정지되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건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대로 상장폐지되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ETN은 상장폐지 시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현금을 돌려주는데, 현재대로면 해당 ETN의 지표가치는 0이다.

대신증권은 이날 니켈 가격을 -1배 추종하는 ‘대신 인버스 니켈선물 ETN(H)’에 대해서도 투자 유의 안내 공시를 냈다. 지표가치와 시장 가격의 괴리가 벌어져서다. 대신증권 측은 “투자자가 ETN을 지표가치보다 비싸게 매수하면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기대하는 수익을 실현할 수 없고,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니켈 가격이 오를 때 수익을 내는 ‘대신 2X 니켈선물 ETN’, ‘대신 니켈선물 ETN’은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