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1220원 선을 넘으며 1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단기적으로 1250원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원90전 오른(원화 가치는 약세) 1227원10전에 마감했다. 2020년 5월 29일(1238원50전) 후 최고가다. 이날 4원80전 오른 1219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갈수록 상승 폭을 키우며 1220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 4일 9원60전 오른 1214원20전에 마감한 환율은 이날까지 2거래일 동안에만 22원50전이나 뛰었다.

이날 당국이 부랴부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오름세를 꺾지는 못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최근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역외의 투기적 움직임과 역내 시장 참가자들의 과도한 불안 심리를 점검하고 있다”며 “국내 주요 외환 수급 주체들과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급등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고공행진하는 국제 유가도 달러 가치를 밀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장중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아 2008년 7월 후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유가 급등으로 러시아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이에 따라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도 뛰었다. 유로, 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에 전 거래일보다 0.3% 오른 99.2까지 치솟았다. 장중 최고치 기준으로 2020년 5월 27일(99.3) 후 가장 높았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는 물론 농산물, 원자재 가격이 뜀박질하면서 유럽 경제와 유로화 가치가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 강세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1250원 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