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들이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직접투표 및 비밀투표 원칙이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5일 방역을 위해 확진자들이 별도의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도록 하고, 이를 선거 사무원들이 받아서 투표함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사전투표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이 보장되는 만큼 선거 부정의 소지는 없다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권자가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못하는 것 자체가 이미 직접투표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전날 사전투표장 곳곳에서는 "확진된 것도 서러운데, 직접 투표함에 넣지도 못하게 하느냐"는 항의가 잇따랐다.
선거 사무원이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는 과정에서 투표 내용을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비밀투표 원칙에도 흠집이 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가 항의를 받았고, SNS에는 기표가 된 투표용지가 밀봉되지 않은 채 플라스틱 바구니나 우체국 종이박스 등에 담겨 있는 사진이 확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직접투표와 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근본 원칙을 무시한 이번 사태가 주권자의 참정권을 크게 훼손하고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헌법상 가치는 물론이고 실정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투표 방식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58조 4항은 "선거인은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한 다음 그 자리에서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어 회송용 봉투에 넣어 봉함한 후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선관위의 사전투표 관리 부실 문제를 지적하면서 직접·비밀투표 원칙의 훼손을 집중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회의에서 "비밀투표 원칙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유권자가 직접 투입하는 것은 거소투표 등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당연히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봉투나 택배 박스에 국민의 소중한 표에 담을 때 선관위 누구도 그것이 잘못되고 이상함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 또한 우려를 낳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도 기자회견에서 "선관위는 투표함은 투표소당 1개만 설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거 관계자가 유권자를 대신해 투표함에 기표 용지를 넣었다고 하지만,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기표함에 직접 넣는 것도 법에 정해져 있다는 점을 외면했다"며 "유권자의 권리보다 선거 사무의 편리함을 우선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전투표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 더불어민주당은 정면으로 투표 원칙 훼손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전선을 너무 키우지 않으려는 기류가 읽힌다.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 확진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본인 확인서를 받아 사무원이 대리로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선관위가 유권해석한 것이므로, 사전투표가 법적으로 문제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경우 부정선거 의혹으로까지 번져 정부·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진자 폭증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선관위의 준비 부실로 비판의 범위를 좁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역시 직접·비밀투표 원칙 훼손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선관위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며 "향후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