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위기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동영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에서 대통령이 된 드라마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아마추어 같은 그의 정치 행보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인이 그의 정치 역량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 것.
이에 우크라이나 출신인 올라네 시도르추크는 지난 26일 SNS를 통해 "한국 뉴스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영상을 만드는 게 부끄럽지도 않냐"며 "원하는 그림만 보여주고 일부 팩트만 이야기하는 게 언론사가 할 짓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나"라고 반문하며 "젤렌스키를 지지하고 투표한 우크라이나 국민 72%가 바보라고 생각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 출신이지만, 마치 본업이 코미디언 같은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MBC는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그러면서 "일부 우크라이나인 시청자가 해당 콘텐츠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는 반응을 접하고 논의를 한 결과 제작진은 그 이유에 대해 공감하고 비공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콘텐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다룬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를 인용해 제작했다. 관련 내용은 국내 언론들에서도 이미 다뤄졌던 내용으로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MBC 노동조합(3노조)은 27일 성명을 내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망명 제안을 거절하고 수도에 남아 싸우고 있다. MBC가 우크라이나의 항쟁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감했다면 우크라이나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문제의 동영상을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는 우크라이나 항쟁에 찬물을 끼얹는 조롱 동영상을 내린 것으로 책임을 피할 생각을 하지 말고 제작 경위를 올려 사과하고 담당자를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 또한 재평가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예프가 함락될 위기에도 끝까지 수도를 지키며 항전 의지를 담은 영상을 통해 국민들을 독려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피신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복과 괴뢰정권 수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최우선 제거 대상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지난달 러시아의 침공 위험이 고조되자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그에게 신변 위협에 대해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측에 "내가 필요한 것은 차량(ride)이 아니라 탄약"이라고 답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