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파월 의회 발언과 4일 美 고용보고서 주목
최악의 경우 시간에 쫓겨 초조해진 푸틴이 민간인에 대한 유혈사태를 감수하면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초강력 제재로 대응 중인 서방 국가들이 과연 러시아 없이 살아갈 수 있느냐를 구체적으로 가늠해보는 것도 이번 주에 관심사가 될 전망입니다. '러시아를 세계 무역지도에서 지워버리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라고 생각되는 업종의 주가가 출렁일 것 같습니다.
그 예고편은 오는 2일(현지시간)에 알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2일과 3일 연달아 미 의회에 출석합니다. 2일엔 Fed의 경기 판단이 들어가 있는 '베이지북'도 나옵니다.
미국의 고질병이 된 인력난의 현주소도 확인해야 합니다. 4일에 공개되는 미국 '1월 고용보고서'를 통해 신규 일자리와 시간당 임금을 통해서입니다.
전체적으로 지정학적 위기 속에 향후 Fed의 긴축 정책이 어떻게 갈 지를 판단해보는 게 이번주의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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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보는 대체로 적중했다
'설마 전쟁을 일으킬까'하고 의구심을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돈바스 교전을 그렇게 일찍 감행할 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지, 친러시아 정부를 세우겠다는 야욕을 대놓고 드러낼 지 등에 대해 모두 '물음표'였습니다. 하지만 푸틴은 모두 그렇게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래도 미국의 정보는 적중률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러시아를 교란시키기 위한 역정보란 얘기도 있었고 러시아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적 조치란 분석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첩보자산은 양질의 정보였습니다.
미국은 또 16일에 러시아가 공격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돈바스에 교전이 일어난 게 미국 시간으로 16일, 유럽시간으로 17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오늘밤 러시아가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확히 미국시간으로 그날 밤, 유럽 시간으로 새벽 5시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했습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세우려 한다는 얘기도 한달 전부터 미국과 영국 정보당국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핵 위협 카드까지 들고 나온 푸틴
예상 밖 우크라이나의 저항 때문입니다. 우선 화염병으로 러시아 전차를 막아낸 우크라이나의 국민적 결사항전이 있었습니다. 결혼을 앞당기며 동반 입대한 20대 우크라이나 부부도 있었고 해외에서 자원 입대한 청년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현재까진 우크라이나가 결사항전으로 버티고 있지만 러시아가 언제 작전을 급변경할 지 모릅니다. 아직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같은 민족으로 보고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해 대놓고 포를 겨누고 있진 않지만 조급해지면 물불 가리지 않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집무실로 향할 수 있습니다.
키예프 함락이 늦어지면 러시아가 전쟁에 써야할 돈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전방위적 제재로 러시아의 상당한 자금줄이 묶였습니다. 이러다 푸틴이 민간인의 유혈사태를 감수하고라도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하면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전망입니다. 게다가 푸틴은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한 뒤 핵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위협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무조건 친러 정부를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젤렌스키 대통령을 축출해야 합니다. 아니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NATO 가입을 유보하거나 포기한다"고 선언하고 퇴진해야 합니다. 양국의 괜찮은 출구 전략은 그 어디 사이엔가 있을텐데 이미 갈 데까지 간 푸틴이 그럴 수 있을 지가 관건입니다.
반도체와 국제 교역에서 러시아 없는 세상
러시아를 지워버린 세상에서 1차적으로 가장 신경쓰이는 게 원자재입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외에도 각종 자원의 공급이 부족해질 전망입니다. 한국만 놓고 보면 반도체 산업이 "러시아 없이도 살 수 있다"라는 맷집을 길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푸틴보다 궁금한 파월의 마음
이번 사태를 통해 '열 길 물속보다 알기 어려운 게 한 길 사람 속'이란 걸 푸틴을 통해 배웠습니다. 선문답에 능한 파월 의장은 더합니다.
이번 주엔 그래도 반 길, 아니 반의 반 길이라도 가늠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2~3일 각각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파월 의장의 의회 발언을 통해서입니다. Fed 의장도 수시로 의회에 불려 가는데 이번엔 반기마다 하는 정기 호출입니다. 의원 수도 많고 질문도 좀 더 구체적인 하원 증언(2일)이 상원 증언(3일)보다 주목을 끕니다.
파월 의장 외에도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1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2일),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2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3일)도 이번 주 공개석상에 섭니다.
신규 일자리보다 더 중요한 시간당 임금
조금 괜찮아졌는 지를 볼 수 있는 지표가 4일 공개됩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하는 2월 고용보고서입니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 수와 실업률도 중요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2월 신규 비농업 고용자 수 예상치는 41만5000명입니다. 전달에는 46만7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실업률은 4%에서 3.9%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민간 비농업 일자리에서 시간당 평균 임금은 31.63달러로 23센트 올랐습니다. 직전 12개월을 합하면 5.7% 상승했는데 이번엔 좀 더 개선됐는 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고질병 속에 전쟁 공포라는 급성 질환까지 얻은 상황입니다. 두 질환이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고 이이제이(以夷制夷)처럼 병이 또 다른 병을 잊게할 수도 있습니다. 늘 그랬듯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라는 주문을 외우며 훌훌 털어버릴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