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국회의원 300만원 이상 고액후원금 자료 분석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끼리 '품앗이'로 기부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5일 공개한 '연간 300만원 초과기부자 명단(2021년도)'을 보면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게 확인됐다.
지방의회 의원과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보험용'으로 현역 국회의원을 후원하는 행태도 사라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같은 당 경기 안성시 이규민 당시 의원(현 당선무효형)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도 같은 당 지성호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400만원을 보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홍준표계'로 통하는 같은 당 배현진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같은 당 이종배 의원에게 500만원을 냈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같은 당 홍철호 전 의원으로부터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 지방의원·자치단체장 '보험용' 후원
시·도 의원이 지역과 관련 있는 국회의원에게 기부한 사례도 여럿이다.
백승기 경기도의회 의원은 안성의 이규민 전 민주당 의원에게 세 차례에 걸쳐 총 700만원을 기부했다.
백 의원이 이 전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낸 것은 지난해 9월 이 전 의원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기 전이다.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서대문갑의 민주당 우상호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문 구청장은 직전 연도에도 우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바 있다.
민주당 제갈임주 경기 과천시의회 의원은 의왕·과천 지역구의 민주당 이소영 의원에게 500만원을 보냈다.
최낙삼 전북 정읍시 의원은 광주 북구을 지역구인 민주당 이형석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김명신 전 서울시의회 의원은 관악갑 지역구인 민주당 유기홍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0만원, 400만원을 후원했다.
이수옥 서울 양천구의회 의원은 양천갑 민주당 의원인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500만원을 보냈다.
최홍찬 부산 연제구의회 의장은 부산 연제구 지역구인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에게 4차례에 걸쳐 총 400만원을 기부했다.
박해수 충주시의원은 충주 지역구인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최근 정의당에 복당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정의당 장혜영, 류호정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도 장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이 전 대표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에게도 기부금으로 각각 500만원씩 보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과 유상범 의원에게 각각 350만원을 보냈고, 국민의힘 조수진·최형두 의원에게는 400만원씩 후원했다.
배우 이영애 씨는 육군 장성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국회부의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도 500만원을 보냈다.
윤세영 SBS미디어그룹 창업 회장은 민주당 우상호·이광재 의원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을 냈다.
또 최현만 미래에셋회장은 민주당 박용진·최기상 의원에게 각각 400만원을 후원했다.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은 정진석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 신원 불명확한 '묻지마 기부' 빈번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면서 신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익명의 '묻지마 기부'도 여전했다.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의 경우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하지만, 공란으로 남겨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선관위가 공개한 명단을 보면, 지난해 고액기부 사례 2천868건 가운데 '회사원'(1천63건), '자영업'(938건·업체 미기재), '사업 혹은 사장'(99건), '기업인'(37건) '직장인'(14건) 등 모호하게 밝힌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기타'라고만 적은 경우도 394건에 달했다.
직업을 아예 적지 않은 경우도 6건이었다.
이런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기부자들이 신원 노출을 기피하고 인적사항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아도 처벌할 법적조항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