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엑스퍼트AI얼라이언스의 활동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정보기술(IT) 금융 의료 제조 통신 등 산업 영역에서 파트너사와 초거대 AI 기반 서비스를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LG 제공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엑스퍼트AI얼라이언스의 활동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정보기술(IT) 금융 의료 제조 통신 등 산업 영역에서 파트너사와 초거대 AI 기반 서비스를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LG 제공
LG가 자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 엑사원을 기반으로 민간 AI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금융, 의료, 제조, 통신 등의 외부 기업들과 힘을 합쳐 거대 ‘엑사원 동맹’을 꾸렸다. 언어와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AI 은행원, 개인 맞춤형 지식을 가르치는 AI 교사 등 ‘고도 지능 가상인간’의 등장이 기대된다.

팽창하는 ‘초거대 엑사원 동맹’

LG AI연구원은 국내외 13개 기업이 모인 엑스퍼트AI얼라이언스를 발족한다고 22일 밝혔다. 그룹 계열사 중엔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4개 사가 참여했다. 외부에선 구글 우리은행 셔터스톡 EBS 엘스비어 고려대의료원 한양대병원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등 8개 기업과 기관이 LG AI연구원과 함께하기로 했다.

연합체의 중심엔 엑사원이 있다. 엑사원은 대용량 고속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초거대 AI다. 뇌 속 신경물질 통로인 시냅스처럼 3000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지고 있어 인간의 뇌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슈퍼 인공지능 중 하나로 평가된다. 바둑이나 글쓰기 등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대다수 산업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은 기업 간 거래(B2B)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AI”라며 “초거대 AI를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에 활용하려는 카카오 네이버와는 시작점이 다르다”고 했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말 엑사원을 공개하며 계열사 적용, 글로벌 연합 결성, 대중화라는 3단계 전략을 세웠다. 엑스퍼트AI얼라이언스는 2단계에 해당한다. 참여 기업엔 혜택이 돌아간다. ‘엑사원 튜닝’은 파트너사 AI 개발 기간을 줄이는 기술이다. AI가 쓰는 파라미터 수를 90%까지 줄여 작동이 빨라지고, 정확도는 네 배 가까이 높일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엔 파트너사들이 AI 서비스를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한다. 질의응답, 텍스트 분류, 이미지 생성 등 8개 기술이 내장된다. 하반기엔 코딩 지식이 없어도 웹에서 엑사원을 활용할 수 있는 ‘엑사원 플레이드라운드’도 지원한다.

“세상에 없던 고객경험 만든다”

연합체 소속 파트너사들은 각기 특화된 역할을 맡아 엑사원 기반 AI 서비스 고도화와 활용 영역 확장을 돕는다.

구글은 구글클라우드의 머신러닝하드웨어(ASIC)인 클라우드TPU를 통해 엑사원 기능 강화를 지원한다. 클라우드TPU는 머신러닝 모델의 학습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자연어처리(NLP) 학습에서 특히 뛰어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과는 비정형 문서 인식과 금융 특화 언어인지 모델, 그리고 AI 은행원 개발에서 차례로 협업한다. 미리 저장한 시나리오별 답변이 아니라 AI가 금융 언어를 이해하고 고객 의도를 파악해 즉석에서 상담해주는 수준까지 기술 역량을 끌어올린다.

EBS는 수학 문제 해설 등 교육 분야 AI 활용을 늘린다. EBS는 현재 AI 기반 수준별 학습과 영어 말하기 연습 시스템 ‘펭톡’을 운영하고 있다. 김광범 EBS 학교교육본부장은 “기존 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LG의 기술력을 합쳐 ‘초개인화 교육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계열사 중엔 LG유플러스가 고객 잠재 불만까지 선제 대응하는 AI 상담사 서비스를 개발하고, LG화학은 신물질 개발 방식을 고도화한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연합체 파트너사들은 모두 초거대 AI를 통해 전에 없던 고객 경험을 창출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