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애 남달라 싸움도 불사…먹이활동 때 한 마리는 보초
[유형재의 새록새록] 고고한 자태의 고니…가족을 위해서라면
'백조'로도 불리는 고니는 순백색에 길고 가는 목을 가진 외형 때문에 고고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고니류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고니가 호수에 떠 있으면 백조의 호수로 불릴 정도로 겨울 진객 대접을 받고,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상징 조류이기도 하다.

암수 모두 순백색이고, 어린 새는 회갈색을 띤다.

우리나라를 찾는 고니류 가운데 대부분은 큰고니다.

물 위를 순백색의 길고 가는 목을 추켜세우고 물살을 유유자적 가르는 고니의 고귀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기품이 묻어난다.

어느 분은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 찌든 세파의 흔적들이 말끔히 지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표현한 글을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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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니는 가족 간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 단위를 기본으로 무리를 이루는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인지 고니의 가족 사랑이 남다르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고 영역을 침범한 다른 가족과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번 겨울 강릉 남대천에 6마리의 큰고니 가족이 가장 먼저 찾아와 자리를 잡았다.

한 마리는 다리를 다쳤으나 가족의 보살핌 속에 갈대 뿌리를 캐 먹으며 그렇게 무리 없이 며칠을 보냈다.

고니는 물구나무를 서거나 머리를 물속에 깊숙이 박고 줄풀 뿌리와 갈대 뿌리 등을 캐 먹는다.

며칠 뒤 10여 마리가 넘는 큰고니 대가족이 남대천을 찾아왔다.

대가족이 내려앉자마자 먼저 자리 잡은 6마리의 가족과 영역을 놓고 한판 싸움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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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가족의 대장으로 보이는 큰고니가 날갯짓하고 목을 길게 뺀 채 소리를 꽥꽥 지르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서로 기세를 굽히지 않자 급기야 서로의 날개와 몸, 목 등을 물고 무는 큰 싸움으로 번졌다.

나머지 가족들은 날갯짓하고 소리를 지르며 대장을 응원한다.

몇 번을 그렇게 싸우다 한 가족이 물러나고서야 싸움이 끝났다.

큰고니 대가족은 이후 몇 번 더 남대천을 찾기도 했으나 서로 멀리 떨어져 먹이활동을 하는 등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며칠 뒤 6마리 가족 중 다친 한 마리는 회복하지 못한 채 주변에서 죽은 채 발견됐고, 나머지 5마리는 남대천과 그곳에서 좀 떨어진 경포천 등에서 모두 건강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몇 해 전 경포호수 인근의 무논에서 두 무리의 큰고니 가족이 주변이 시끄러울 정도로 큰 싸움을 벌인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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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큰고니 가족은 먹이활동을 할 때도 가족 가운데 한 마리는 대부분 먹이활동을 하지 않고 목을 곧추세우고 주변을 경계한다.

가족이 머리를 물속에 박고 먹이활동을 하는 동안 안전을 위해 사주경계를 하는 모습이다.

각종 위협 요인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행동이다.

꼭 어미만 경계를 서는 것은 아니고 유조도 서로 돌아가며 보초를 섰다.

이동할 때도 회의를 하는 것처럼 자기들끼리 소리를 지르거나 줄을 맞춰 서는 등 예비행동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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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큰고니가 경고와 위협, 사랑 등을 표현하는 다양한 소리와 몸짓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란다.

남녘의 꽃소식과 함께 이제 곧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져 오고 있는 큰고니 가족.
경포천에서는 오늘도 한 마리는 가족을 위해 보초를 서고 나머지는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느라 바쁘다.

고니의 이런 가족애는 호수에서 겨울을 난 뒤 아픈 아이를 두고 고향인 북쪽 나라로 떠나게 된 큰고니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큰고니의 하늘'(저자 테지마 케이자부로오)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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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