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적지 않은 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작년 한 해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 수는 역대 최소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기업 지원, 채무유예 정책 등으로 버티는 기업이 늘어나며 ‘코로나19의 역설’이 벌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23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법인 회생사건 접수 건수는 총 1191건을 나타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19년 이후 2년 연속 법인 회생사건 접수 건수가 줄어들었다. 2019년 연간 접수 건수는 1722건으로, 2020년에는 이보다 9.8%(1552건) 감소했다. 지난해 법인 회생 접수 건수는 전년 대비 23.6% 줄었다.

법인 회생절차란 법정관리의 다른 말이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졌을 때 이전보다 많은 기업이 경영난을 겪으며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시중에 다양한 기업 지원 자금 등이 풀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낮은 정책대출을 이용해 경영난에 대응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한파를 벗어나기 위해 막대한 정책자금을 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약 5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운영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등이 여신 회수를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 금융당국과 은행 업계는 2020년 4월부터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원금·이자 상환 유예 등의 금융 지원을 해왔다.

한 도산 전문 변호사는 “회생·파산 등을 논의하던 기업들도 대출 만기가 연기되면서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되니 어떻게든 버티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다만 최근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만기 연장 시한이 올해 3월까지여서 앞으로 회생이나 파산 접수 기업이 급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 파산 접수는 지난해 955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1069건) 10.4%가량 감소한 수치다. 또 다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파산 접수가 감소한 것은 한계 기업들이 2020년 대부분 시장에서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한국 기업의 강한 위기 대응 능력도 회생·파산 접수 건수가 줄어든 이유”라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