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제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드라이브 비거리였습니다. 현역 시절에 버금가는 비거리를 10년 넘게 유지한 비결이 있는데요. 때에 따라 요즘도 드라이버로 비거리 240~250야드 정도를 보냅니다.

세월을 이기고 비거리를 유지한 비결은 힘 조절에 있습니다. ‘이렇게 힘을 빼고 쳐도 되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팔에 힘을 빼니 되레 거리가 더 났습니다. 대신 몸 전체의 힘이 공에 더 실리게 됐고요. 역설적으로 힘을 빼니 더 멀리 공이 나갔습니다. 결국 ‘몸통 스윙’을 제대로 깨닫는 데 20여 년이 걸린 거죠. 팔이 내는 스윙 속도보다 몸의 꼬임이 풀리면서 발생하는 몸통 회전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파워풀’했습니다. 축이 잡혀 있는 몸을 쓰니 일관성도 좋아지고요.

수건을 이용해 팔을 고정하면 팔의 개입을 막고 몸통 스윙을 더 빨리 익힐 수 있습니다. 골프 레슨을 받아봤다면 십중팔구 겨드랑이 사이에 무언가를 끼고 스윙했던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비슷한 연습 방법이지만, 그만큼 확실한 연습법이기 때문에 많은 코치가 애용하는 것 같아요.

수건을 가슴에 두른 뒤 겨드랑이로 조여 고정합니다. 셋업 자세를 취한 뒤 천천히 백스윙을 했다가 피니시 자세 직전까지 꼬인 몸을 풀어주면 됩니다. 백스윙→임팩트→폴로스루 구간에서 수건이 떨어지지 않게 겨드랑이를 몸 쪽으로 당겨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1) 겨드랑이 사이에 수건을 끼고 평소 셋업 자세를 취한다. (2) 1번 사진의 측면 모습. (3) 겨드랑이가 붙어 있는 상태로 백스윙을 한다. (4) 폴로스루 뒤 피니시 동작 직전까지도 수건이 떨어지지 않고 겨드랑이 사이에 있어야 한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1) 겨드랑이 사이에 수건을 끼고 평소 셋업 자세를 취한다. (2) 1번 사진의 측면 모습. (3) 겨드랑이가 붙어 있는 상태로 백스윙을 한다. (4) 폴로스루 뒤 피니시 동작 직전까지도 수건이 떨어지지 않고 겨드랑이 사이에 있어야 한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수건은 팔과 몸통을 붙이는 ‘접착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꼭 긴 수건이 아니어도 됩니다. 손수건이나 양말, 아이언 커버 등을 한쪽씩 따로 끼고 고정해도 되고요. 전문가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쪽에만 수건을 끼라고 하는데, 저는 양쪽 겨드랑이에 수건을 끼는 것을 추천합니다. 백스윙부터 피니시 전까지는 팔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아야 이상적인 스윙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프로 선수가 스윙할 때 폴로스루까지 양팔이 쭉 펴져 있는 것을 보셨을 거예요. 이때 선수의 양쪽 겨드랑이는 모두 꽉 붙어 있습니다.

따라 해 봤는데 상체가 결박당한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면 제대로 연습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어색하고 불편함이 클수록 그만큼 더 많이 팔로 스윙을 해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연습법으로 아마추어 비거리 손실의 주범인 플라잉 엘보, 이른바 ‘치킨 윙’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치킨 윙은 스윙 때 왼쪽 팔꿈치가 접혀 들어가면서 스윙 궤도를 변화시키고 임팩트 뒤 팔꿈치가 닭 날개 모양으로 들리는 것을 말하는데요. 공을 깎아 치게 돼 슬라이스 구질로 이어집니다. ‘수건 연습법’은 이 같은 악습관을 모두 고칠 수 있는 ‘만병 통치약’이고요.

시간이 남으면 수건으로 빈 스윙도 해보세요. 수건을 들어 올릴 때 너무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클럽을 들고 스윙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건을 겨우 들 정도의 힘만 팔에 전달한 뒤 나머진 몸이 알아서 클럽을 휘두르도록 하면 됩니다.

배경은 KLPGA 프로골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