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조달러 공약·10대 그룹 경영진 간담회…'이재노믹스' 로드맵 구체화
설 지지율 40% 안착 목표…'내홍 수습' 윤석열 회복세에 경계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제·산업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만의 '성장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켰고, 기업인들을 만나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친기업 행보를 이어갔다.

이번 대선의 최대 관건으로 지목되는 중도층 표심 확보에 승부수를 던지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12일 임기 내 10대 중점 산업 육성, 이른바 '빅 10' 프로젝트로 수출 1조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5·5·5 공약'(국력 세계 5위(G5)·국민소득 5만 달러·주가 5천 시대)을 발표했고, 전날에는 산업·국토·과학기술·교육 등 이른바 '4대 대전환'을 통한 세계 5강의 경제 대국 진입이라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평소 경제 성장의 청사진인 '전환적 공정 성장'이라는 큰 그림을 이른바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로 진화시켜나가면서 구체적 로드맵을 차례로 채워나가는 양상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10대 그룹 최고경영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그룹 오너 일가 출신이 아닌 '자수성가'형 경영자들로, 이 후보 역시 소년공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번 간담회의 콘셉트를 잡았다는 게 선대위 측 설명이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당면한 위기 극복의 핵심을 '규제 합리화'라고 밝히며 기업친화적 면모를 보이는 데 주력했다.

그는 "가능하면 시장을 믿어주자. 오히려 시장이 위험을 극복하고 기회를 만드는 판단, 정보 능력이 행정 관료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시장의 합리적 경쟁과 효율을 제고하는 규제라면 필요한 것이지만 그게 아닌 반대 규제라면 과감히 철폐, 완화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재계의 우려에 공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이내 원론적인 취지였다며 정정하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는 "이게 100% 대안이라 할 수 없다"며 "산업계에서 정말로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 특히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노력이 좀 필요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대재해처벌법도 실제 적용은 거의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입증이 쉽지 않아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추후 선대위를 통해 "중대재해법을 두고 기업인들과 나눈 대화에 대해서 일부 오해가 있는 듯해서 진의를 다시 설명드린다"며 "제 발언은 '산재를 줄이기 위해 통상적 노력을 하는 선량한 경영자라면 중대재해법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당분간 경제 행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1월은 일단 경제 관련 행보를 쭉 이어 가는 일정"이라고 말했다.

중도층에게 소구력이 높은 성장 이슈를 선점해 '민심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설연휴 기간에 지지율 40% 선에 안착하며 선거일까지 안정적인 선두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선대위 내홍을 수습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젠더 이슈를 공격적으로 끄집어내면서 지지율 반등을 시도하고 있고, 일부 회복세도 나타나고 있다.

한때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가 금세 접전 양상으로 회귀한 것에 대해 이 후보 측에서는 경계심도 감돈다.

이 후보 측은 이에 대응해 갑작스러운 전략 변화를 가져가기보다는 지금까지 이어온 정책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와 당·선대위의 정책 역량에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 속에 곧 TV토론 등 본격적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선대위의 다른 관계자는 "윤 후보 측이 이제 막 빈 깡통을 채워나가는 단계라면 우리는 하나씩 차분하게 축적해 나가는 것"이라며 "성급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