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펼치기도 전에 압도되는 책이 있다. 분량의 방대함, 다루는 내용의 어려움, 수십 년에 걸친 저자의 고민이 담겼다는 이유로…. 최근 출판계에서 각 학문 분야의 ‘이정표’라 불릴법한 묵직한 저작들이 잇따라 출간돼 주목된다.
이 두꺼운 책을 어떻게 썼을까…방대한 분량의 학술서적 출간 잇달아
도서출판 길은 최근 이정우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세계철학사3-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을 내놨다. 2011년 지중해 세계 철학을 다룬 1권을 선보이고, 2018년 아시아 철학을 주제로 한 2권을 낸 데 이어 3년 만에 근대철학을 다룬 책을 출간한 것이다. 800쪽을 훌쩍 넘긴 전작들에 비해 분량이 다소 줄었지만 742쪽에 달하는 대작이다. 애초 3권으로 계획했던 '세계철학사'시리즈는 ‘탈근대’를 다룬 현대 편까지 총 4권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번에 낸 3권은 17세기에서 19세기 중엽까지를 근대성이 형성된 시대의 사상의 전체 지도를 그리는 데 초점을 뒀다. 우리가 사는 현시대와 가까운, 삶의 양식이 유사한 시대의 철학을 다루지만 내용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현대인의 삶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끼친 300년간의 여러 사유의 핵심을 서구와 비서구, 자연철학(자연과학)과 형이상학을 넘나들며 일관되게 엮었다.

'세계철학사'시리즈는 공대를 나와 서양 고대철학(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서양 현대철학(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땄으며, 한학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한문에 능한 저자의 역량이 집약된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이 두꺼운 책을 어떻게 썼을까…방대한 분량의 학술서적 출간 잇달아
해방 이후 한국 사회학의 지식 계보를 집대성한 책도 눈길을 끈다. 역사 서적 전문 출판사 푸른역사는 사회학자 정수복 씨가 집필한 4권짜리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시리즈를 내놨다.

'한국 사회학과 세계 사회학''아카데믹 사회학의 계보학''비판 사회학의 계보학''역사 사회학의 계보학'으로 구성된 이 작업은 1946년 이후 시작된 한국 사회학의 발자취를 두루 담았다. 집필 기간 10년에 200자 원고지 7000매가 넘는 대작으로 7200여 개 각주와 2000개가 넘는 참고문헌을 담았다. 한국 사회학의 역사뿐 아니라 이상백, 이만갑, 김경동, 한완상, 김진균, 신용하 등 주요 사회학자들의 학문 세계도 정리했다.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는 “이번에 선보인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가 ‘한국 역사학의 지성사’ ‘한국 고전문학의 지성사’ 등 다른 분과학문의 역사를 정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두꺼운 책을 어떻게 썼을까…방대한 분량의 학술서적 출간 잇달아
또다른 출판사 책과함께는 알렉산더 마카베리즈 미국 루이지애나대 교수가 쓴 '나폴레옹 세계사'의 번역본을 내놨다. 20년 넘게 나폴레옹 시대를 연구한 전문가가 1440쪽 분량에 나폴레옹 전쟁의 세계사적 의미를 상세하게 다룬 수작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