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육류 가격 잡기로 새해 첫 일정을 시작했다. 대형 육류업체를 규제하고 소규모 농장을 키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하는 의지를 보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나친 개입으로 육류 공급이 줄어 가격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 내 소규모 농장만 지원해 무역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이든 새해 첫 행보는 '육류값과의 전쟁'
바이든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내 소규모 농장 및 소형 육류업체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육류 가격 인하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대 대형 육류 가공업체가 미국 육류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착취”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육류 가격은 17% 올랐다. 소고기는 21% 뛰었다. 가격 상승이 전체 소고기의 85%를 생산하는 4대 가공업체의 폭리 때문이라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시각이다.

백악관은 소규모 가공업체에 10억달러의 연방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농무부는 수입 고기를 미국에서 가공해 미국산으로 표기하는 대형 가공업체를 규제하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신 소형 농장에 대한 대출 보증금 재원으로 1억달러를 추가하고 각종 보조금 등으로 5억달러를 책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초부터 육류 가격 잡기에 나선 것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982년 이후 최대폭인 6.8% 급등했다. 60%에 육박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초반대로 추락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유가 급등의 원인 역시 정유업체 탓으로 돌리면서 휘발유 가격 담합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업계는 물가 급등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미국 최대 육류 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는 “코로나19 등으로 생산이 줄어 육류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성명을 통해 “육류 가격 상승은 수요 증가와 공급망 혼란, 비용 상승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