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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는 행복으로 주세요'…1만4천쌍 무료 결혼한 예식장

91세 백낙삼씨, 55년째 무료 예식장 운영…20대 청년 70대에 감사인사도
"웃으면서 즐겁게 살아야 행복…100세까지 봉사하고파"
"자, 찍습니다! 김치∼참치∼꽁치∼"
긴장된 분위기를 푸는 구호를 외치며 주름진 손이 재빠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쭈뼛대던 신혼부부는 농담 섞인 구호에 웃음을 터뜨리고 인생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한 컷에 담는다.

축복 속에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는 정산을 치르지 않고 예식장을 떠나도 좋다.

공간 사용료와 의복 대여비, 기념사진까지 모두 무료다.

"나처럼 돈이 없어 제대로 결혼식도 못 하고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요"
55년째 경남 창원에서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며 1만4천 쌍 부부를 결혼시킨 백낙삼(91)씨 이야기다.
부인 최필순(81)씨와 운영하는 신신예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덮친 2021년에도 여전히 북적였다.

2021년 한해 200쌍 가까이 이곳에서 결혼했다.

한창 예약이 많을 때는 하루에만 17쌍이 식을 올렸다.

예약 전화를 받느라 백씨 부부의 목이 다 쉴 정도였다.

이곳을 찾는 부부는 대부분 값비싼 결혼 행사를 치르기 어려운 형편이다.

신신예식장에는 예식장과 폐백실은 물론 드레스, 양복, 꽃다발까지 무료로 준비돼있다.

필요하다면 백씨가 주례를 서고, 최씨가 들러리를 맡는다.

오랜 기간 사회에 봉사한 공을 인정받은 백씨는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포장을, 2019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원래 기념사진 값으로 일부 비용을 받았으나 석류장을 받고 나서 그마저도 관뒀다.

더 봉사하라는 채찍질로 느껴져서다.

올해 LG의인상을 받고 나서는 또 한 번 채찍질을 느꼈다.

최소 인건비 명목으로 받던 70만원마저 받지 않고 몇 쌍 부부를 결혼시켰다.

이런 탓에 창원에서 가장 오래 예식장을 운영하면서도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올린 1만4천 번의 결혼식이 백씨에게는 자부심이자 즐거움이다.

중매로 만난 백씨 부부는 초가집 앞에서 약식으로 혼례를 치르고, 한동안 떨어져 지냈다고 한다.

함께 지낼 방 한 칸도 구하기 어려운 형편으로 세월을 함께 보냈고 그 탓에 가난한 부부를 보면 애틋해진다.

백씨는 이곳에서 결혼한 부부의 안부 전화를 받으면 삶의 가치를 느낀다고 했다.

한번은 1970년대 신신예식장에서 결혼했던 당시 20대 청년이 70대 노인이 되어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 너머 남성은 "못 사는 형편에 선생님 은덕으로 결혼은 했으나 아무런 보답도 못 하고 그냥 나왔다"며 "늦게나마 사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백씨는 "내가 좋아서 한 일로 감사 인사를 받고 남들도 알아주니 이렇게 좋은 직업이 세상에 또 있나 싶다"며 웃었다.
그는 딱 100세까지 신신예식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은퇴한 뒤에는 여력이 된다면 아내와 전국 일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의 손을 잡고 예식장을 거쳐 간 젊은 부부들이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싶어서다.

1967년부터 기록한 혼인 장부를 하나하나 따라가는 길은 또 다른 웨딩 마치가 될 것이다.

그날까지 새로운 부부들을 맞이하기 위해 백씨는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백씨의 2022년 새해 소망은 간단하다.

모두가 더 행복해지는 것.
그는 "웃으면서, 즐겁게 살아야 행복하다"며 "다들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는 더 행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빼곡히 걸린 결혼사진 앞에 서서 웃는 그의 얼굴에 나눠본 자만 가질 수 있는 행복이 가득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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