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항해하듯 개발조합과 싸움 돌파하겠다"
"산소는 50여년간 어머니같은 존재였다"
개발조합, 공사방해 혐의로 고소 방침
60대 남성이 어머니가 잠든 산소를 지키기 위해 산 위에 배를 올려다 놓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올해 63살 남성 김윤성씨는 지난 14일부터 경상북도 구미시 고아읍 야산에 위치한 조상 묘지 옆에 9m 길이의 배 한척을 가져다 놓고, 그 안에서 숙식하며 산소들을 지키고 있다.

증조할머니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등 4분이 모셔져 있는 450㎡의 넓이의 묘지는 주택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구미시 원호개발지구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곧 수용될 예정이다.

김씨는 3년 전부터 주택개발에 조상 묘지가 포함되는 것을 반대했지만 당국에 의해 묘지들이 개발지구에 포함되고 수용되는 절차에 들어가면서 지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다 최근 주택개발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조합측에서 묘지 주변의 소나무 40여그루를 베어내고 묘지들도 일부 훼손하자 위기감을 느낀 김씨가 부산에서 트럭에 배를 싣고 온 뒤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현재의 위치에 내려놓았다.

그가 조상묘에 크게 애착을 갖는 것은 자신을 너무도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어머니가 누워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11살 때 집안의 불미스러운 일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지만 따스했던 어머니의 기억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았으며 산소는 지난 50여년간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남아있었다.

그가 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할 때, 군에 입대할 때, 괴롭거나 즐거울 때 등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와 머물렀고, 옆에 누워있으면 어머니 품에 안긴 듯 편안함을 주던 곳이었다.

또 할머니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어머니처럼 자신을 키워준 분이어서 할머니 산소 역시 김씨에게는 특별하다.

은퇴 후 부산에서 배를 타고 낚시를 즐기던 그가 배를 산으로 옮겨놓은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자신의 동반자나 마찬가지고 재산목록 1위인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헤쳐나가듯 개발조합과 싸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단다.

그는 18일 "현대판 시묘살이를 하기에는 거친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배가 적격이며 개발이익만 좇는 조합을 성난 파도로 생각한다"며 "내 배가 저들을 뚫고 나가서 순항할 수 있을지 침몰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묘지가 넓지 않은데다 개발지구 경계선에 있어 처음 개발을 결정할 때 제외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게 잘못"이라면서 "내가 돈을 바라고 알박기를 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개발지역 한가운데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지만, 묘지는 개발지구 제일 외곽이어서 제외해도 문제가 없는 위치고 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에 동의하지 않았고 토지수용을 원치 않았는데 강제로 묘지 주변의 아름드리나무들을 불법적으로 잘라내 묘지를 훼손한 것에 크게 분노했다"면서 "원호주택조합을 경찰에 고소했으며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호주택조합 관계자는 "경상북도와 구미시의 도시개발사업 인가를 받아서 진행하고 있으며, 개발구역은 구미시에서 결정했다"면서 "규정에 따라 보상 절차를 거쳐 토지를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공정률이 30%를 넘어서고 주택개발을 2023년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김씨의 농성으로) 공사 진행에 차질이 우려된다"면서 "공사방해 등 2가지 혐의로 김씨를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