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승만 '농지개혁'은 인정
전두환 '3저 호황' 잘 활용"
文정부 정책은 강도높게 비판
"脫원전 밀어붙이면 벽창호"
野 "비석 밟으며 조롱하더니…"

“이승만 ‘농지개혁’ 인정해야”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인은 공과(功過)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부동은 6·25전쟁 당시 국군이 북한군을 상대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이 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전쟁 당시 대처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뒤 “그러나 이분이 딱 한 가지 칭찬받을 게 있다. 농지개혁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당시에 우리가 가진 가장 유력한 생산수단인 논밭을 진짜 농사짓는 사람이 가지도록 했고 ‘경자유전’ 원칙이란 걸 헌법에 썼다”며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하고 경제가 침체될 때 우리가 배워야 할 역사적 경험이라는 점에서 인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이 후보는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는, 결코 다신 반복돼선 안 될 중대범죄”라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고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가 맞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이 후보의 평가는 앞서 윤석열 후보의 “군사 쿠데타와 5·18 대응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10월 19일)는 발언과 비슷하다.
같은 날 안동 중앙신시장에서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인권 침해, 민주주의 파괴, 불법 정치의 명백한 과오가 있긴 하지만 산업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탈원전 대신 감원전 하자”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인 탈원전에 대해선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11일 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구미 금오공대에서 학생들과 만나 “원전을 없애버리는 탈원전이 아니라 ‘감(減)원전’ 정책으로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건설하기로 한 건 건설하고 운영하되, 다 쓸 때까지 수십 년 여유가 있으니 그사이에 재생에너지로 전환해가자”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전날 경주에서는 현 정부에서 건설을 중단한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대해 “한 번 정했다고 주권자인 국민 의견이 변했는데도 밀어붙이면 벽창호”라며 건설 재개를 시사했다. 코로나19 대응을 놓고도 현 정부와 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11일 안동에서 “코로나19 위기에서 나라가 우리 국민에게 무엇을 줬느냐”며 “겨우 26만원 한 번 지원하고 마스크도 하나 안 줬다. 소독약도 안 사줬다”고 직격했다.민주당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일부 정책에서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라며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면 꼭 필요한 전략”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견지해온 입장에서 갑자기 벗어나 진정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2일 이 후보를 향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될 것 같다”며 “국민 모두가 치를 떠는 내란범죄자, 일말의 반성도 없이 떠난 학살자의 공과를 굳이 재평가하려는 것은 선거전략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구미·안동=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