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극단적 선택 추정…황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는 사람"

대장동 개발 관련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66·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숨진 채 발견되자 과거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재직 시절 그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황무성 씨는 "죽을 사람이 아니다"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무성, 사퇴 압박한 유한기 죽음에 "뭘 그리 잘못했다고…"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7시 40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자택 인근의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앞서 오전 4시 10분께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가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었다.

황 씨는 유 전 본부장의 사망 사실이 전해진 직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모든 걸 다 저질러 놓고도 내가 뭘 잘못했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죽나"라며 "그 사람은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으로 재직할 때 유 전 본부장이 사퇴를 강요한 데 대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황 씨는 "유 전 본부장은 계속 유동규 밑에서 일했다"며 "사퇴 압박 등 모두 유동규에게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최근 유 전 본부장과 연락했느냐는 물음에는 "안 했다"며 "죽을 정도면 나한테 무슨 이야기라도 했을 것 같은데 아무런 메시지도 남기지 않았다"고 했다.

황 씨는 앞선 올해 10월 유 전 본부장과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2월 6일 황 씨에게 "공적이 있고 그런 사람도 1년 반, 1년 있다가 다 갔습니다.

사장님은 너무 순진하세요"라며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을 했다.

한편, 검찰과 동시에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에 착수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11일 유 전 본부장을 불러 황 씨에게 사퇴를 종용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이후 검찰과 경찰이 중복수사를 막기 위해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를 검찰이 도맡아 하기로 협의함에 따라 유 전 본부장 관련 사건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서 해왔다.

숨진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의혹을 계속 부인해온 그는 오는 14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로 돼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