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총 25억 보상안 제시했으나 법무부 거절…"배상액 근거 구체적 판결 필요"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조정 결렬…법적 공방 불가피
감금·강제노역·암매장 등이 자행된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약 25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이 결렬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제시한 강제조정안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다.

법원은 법무부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 총합 24억9천여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해 소송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법무부 측이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민사소송에서 조정은 판결을 내리지 않고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화해 조건에 양측이 모두 동의할 때는 임의조정, 재판부가 양측의 화해 조건을 결정하는 경우는 강제조정이라고 각각 부른다.

강제조정 결정이 나오면 양측 당사자가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정이 결렬돼 재판이 다시 열린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강제조정 내용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당 사건에 관하여 조사 중이어서 정확한 피해내용과 피해자 등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고,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구체적 근거를 판결문을 통해 확인해야 향후 형제복지원 관련 사건들의 신속한 해결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법무부가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거절하면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는 추가적인 법정 공방을 거쳐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소송이 피해자들 중 13명만 참여한 것인 만큼, 다른 피해자들 사이에선 소송을 통한 구제보다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에 협조해 적절한 배·보상책을 찾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해 진상규명 절차를 밟고 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그 안에선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 구타·학대·성폭행 등이 자행됐다.

검찰은 1987년 박인근 원장을 업무상 횡령·특수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8년 4월 위헌적인 내무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사건 재조사를 권고했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박 원장의 무죄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비상상고 했지만 대법원에서 지난 3월 기각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