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예금이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맡기면 안전하게 보관해드립니다.”

검찰,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돈을 가로채는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원격제어 앱을 통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난 9월 387건에서 10월 474건, 11월 702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월별 피해액도 112억원, 135억원, 148억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반면 “저금리로 대출해주겠다”고 속이는 대출사기형 범죄는 감소 추세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사기형 범죄에서 이용되는 문자메시지와 악성 앱 등 범행 수단을 집중 단속하면서 주로 전화 통화로 이뤄지는 기관사칭형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휴대폰이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는지 검사해야 한다”며 ‘팀뷰어’ 등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게 한 뒤 피해자의 휴대폰을 원격으로 움직여 은행 예금과 주식, 가상자산 판매 대금 등을 빼앗는 사례가 잇따랐다. 충남경찰서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7월 검사를 사칭해 계좌가 범행에 이용돼 조사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총 16억원을 받아 챙긴 사례를 적발했다. 서울 강동경찰서에서도 10월 검찰, 금감원 등을 사칭해 8억7800만원을 가로챈 사례가 나왔다. 두 사례 모두 원격제어 앱을 통해 이뤄졌다.

팀뷰어 등 원격제어 앱은 은행 등을 사칭해 만든 불법 앱이 아니어서 차단하기 어렵다. 경찰은 앞으로도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을 것으로 보고, 관계기관과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공공기관은 전화로 금융·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며 앱을 깔게 하거나 예금 보호 등 명목으로 현금 출금·이체·보관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이런 전화를 받으면 우선 통화를 끊고 경찰청(112), 검찰청(1301), 금감원(1332) 등에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청은 타인이 권유하는 원격제어 앱 등을 설치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범죄 의심 전화나 문자를 받으면 112에 신고한 뒤 스팸 등록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