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연재기간 6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제약업계는 다사다난했다. 임상결과에 따라 주가는 급락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했던 신기술이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지금은 신기술을 ‘닥치고’ 개발할 때라는 것이다.
[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지금은 ‘닥치고’ 개발해야 할 때
지난 6개월간 항암치료를 위한 면역세포치료제로 현재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 중인 다양한 면역세포(CAR-T·NK·gd T 등)에 대한 글을 연재했다. 면역세포치료제 별로 작동 원리 및 항암 효능과 안전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특성과 더불어 현재 개발 선두에 있는 회사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했다.

흥미롭게도, 언급한 회사 대부분이 연재하는 동안 주가가 큰 폭으로 변하거나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등 큰일을 겪었다.

급변하는 면역세포치료제 업계 생태계
우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10월 초 동종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의 선두주자인 알로진테라퓨틱스가 진행하던 임상시험을 모두 중지시킨 일이 있었다.

임상시험에 참가 중인 림프종 환자 중 한 명의 적혈 구·백혈구·혈소판 수가 모두 낮아서 검사를 해보니 주입한 CAR-T의 염색체에 이상이 있음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재 염색체 이상의 원인이 유전자가위인 ‘탈렌(TALEN)’을 이용한 TCR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CAR-T치료제 제조 및 적용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조사 중에 있다.
조사 결과에서 만약 염색체 이상이 TALEN 혹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방법의 문제임이 밝혀진다면, 알로진테라퓨틱스나 동종 CAR-T치료제 관련 기업뿐 아니라 유전자가위 관련 기업까지 포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광범위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알로진테라퓨틱스의 주가는 당일 급락했지만, 시간을 두고 서서히 회복 중이다.
[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지금은 ‘닥치고’ 개발해야 할 때
동종 NK세포치료제개발의 선두에 있는 페이트테라퓨틱스는 지난 1년 간 극적인 주가 변화를 겪고 있다. 작년 12월 미국혈액학회 (ASH)에서 만능유도줄기세포(iPSC)에서 분화한 NK세포치료제가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후 조정 국면을 가지며 서서히 하락하던 주가는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이후 반등했지만, 정작 ‘긍정적인’ 임상 중간결과를 발표한 8월 말 급격한 조정을 받는다.

임상 결과 자체는 긍정적이었으나 학회 발표 전에 오른 주가에 상응할 정도의 파격적인 결과는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임상 초기에 반응이 좋았던 환자에게서 암이 재발하는 경우가 몇 건 발생한 부분이다.

이는 동종 CAR-T치료제에서도 한계점으로 지적된 부분이다. 동종 면역세포치료제가 환자의 T세포 등에 의해 면역거부반응으로 제거되면서 체내 지속성이 짧으므로 치료 효능의 지속성도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동종 면역세포치료제가 가지는 장점인 동종(off-the-shelf)이 가능한 점을 활용해 ‘대량 주입’ 혹은 ‘여러 회 반복 주입’ 등의 방법을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알로진테라퓨틱스와 페이트테라퓨틱스의 사례는 현재 활발히 개발 중인 면역세포치료제 분야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면역 세포치료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가 접목된 분야다. 그러므로 자가 CAR-T치료제의 성공은 양 분야 모두의 혁신이며, 현행 자가 CAR-T치료제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양 분야의 최첨단 기술이 모두 투입되고 있다.

동종 세포치료제의 명암
자가 CAR-T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비싼 가격, 긴 제조 시간과 제조 실패 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해 동종 CAR-T치료제의 개발이 활발하다.

동종 CAR-T를 환자의 몸에 이식하면 환자의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이 발생한다. GvHD를 방지하기 위해 TCR(T cell receptor)을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최첨단 기술인 다양한 유전자가위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동종 CAR-T치료제 개발회사의 선두주자인 알로진테라퓨틱스는 2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TALEN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후발 주자인 많은 회사가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CRISPR-Cas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정교한 유전자 편집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뜻하지 않는 유전자 손상을 가져올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현재 FDA에 의한 임상 중단도 이러한 유전자 가위 기술의 일반적 문제점의 연장선상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동종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는 공여자에 따른 세포 품질의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한 문제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면역 세포를 분화시켜 사용하는 것이 이러한 공여자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은 역사가 꽤 길지만 조직재생 등의 원래 목표로 한 분야에서 생각보다 임상 결과가 좋지 않았었다.

반면, 2010년대 초반 자가 CAR-T치료제 임상 성공과 함께 면역세포치료제는 급부상한다. 줄기세포 기반 희귀질환 치료제 회사로 2007년에 설립되어 2013년에 나스닥에 상장한 페이트테라퓨틱스는 2015년 NK세포치료제의 대가인 제퍼리 밀러 교수와 iPSC 기반 NK세포 분야의 권위자인 단 카우프만 교수와의 협력을 통해 NK세포치료제 회사로 탈바꿈한다.

많은 사람들이 CAR-T치료제에 열광하던 무렵 iPSC 기반 CAR-NK세포치료제 사업을 구상하고 실현한 페이트테라퓨틱스 경영진의 결정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iPSC 기반 CAR-NK세포치료제는 CAR-NK 세포치료제 개발의 큰 장벽 중 하나인 NK세포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것(NK세포는 T세포보다 유전자 전달이 훨씬 더 어렵다)을 우회해 iPSC에서 유전자 조작을 미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긍정적이기만 하던 페이트테라퓨틱스의 임상 결과에 사람들이 일부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은 초기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던 환자 중 일부가 병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이는 동종 기반 세포치료제가 환자 체내의 면역세포에 의해 제거돼 지속성이 일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점이다.

이를 주입 용량 및 횟수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추가적인 유전자 조작(T세포의 인지를 막기 위한 HLA의 제거 혹은 NK세포의 공격을 막기 위한 HLA-E의 발현 등)이 필요할지, 아니면 기술적으로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판명될 것인지가 앞으로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페이트테라 퓨틱스의 성공이 많은 줄기세포 전문기업들의 면역세포치료제 분야로의 유입을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면역세포치료제의 한계점
현재 면역세포치료제의 본질적인 한계점은 아직 B세포 유래의 일부 혈액암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B세포의 전구체가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백혈병(CD19 발현), 다양한 분화 단계의 성숙한 B세포가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림프종(CD19 발현), B세포가 분화하여 된 항체를 생성하는 형질세포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골수종(BCMA 발현) 등 현재 자가 CAR-T치료제를 적용 가능한 암은 특정 항원을 대부분의 암세포가 발현하고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접근하는 데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문제는 이런 혈액암이 전체 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대다수의 암환자는 고형암 환자라는 것이다. 고형암은 혈액암에 비해 표적 선정이 어려우며, 암세포들이 불균일해 특정 항원을 표적할 경우 일부 암세포만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점이 있다.

또한, 혈액 내 면역세포가 종양 조직으로 잘 침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종양 조직 내 면역세포는 종양미세환경의 다양한 면역억제인자를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다.

어떤 기술이 고형암 치료를 위한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의 돌파구 역할을 할까. 그 결과는 답이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활발하게 개발 중인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가 그 것이 될 수도 있고, 정말 평범한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문제가 답을 알면 너무 자명하지만 답을 최초로 찾아가는 과정은 험난하기 마련이다.

2세대 CAR의 등장, 그리고 킴리아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서 평범한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해 돌파구를 마련한 사례 중 하나는 ‘환자 컨디셔닝’이다.

1990년대 말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분리한 TIL(Tumor Infiltrated Lymphocyte)을 이용한 흑색종 치료법을 개발하던 미국 국립암센터 로젠버그 박사 연구팀은 체외에서 배양한 TIL이 환자 몸에 생착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이 문제에 대해 팀 내의 혈액암 전문가가 혈액암 치료법인 동종 조혈모 세포이식에서 사용하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플루다라빈(CF)을 이용한 환자 컨디셔닝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고, CF를 적용한 환자에게 체외에서 배양한 TIL을 주입했을 때 TIL이 환자 몸에서 큰 폭으로 증식하며 암환자 중 일부가 치유되었다.

동종 조혈모 세포이식에서 CF를 이용한 환자 컨디셔닝은 환자의 면역세포를 제거해 주입하는 동종 조혈모세포가 면역거부반응으로 제거되지 않고 환자의 몸에 생착하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므로, CF를 이용한 환자 컨디셔닝이 이런 면역 거부반응 문제가 없는 자가 세포인 TIL의 생착을 도와준 것은 당시로서는 뜻밖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우리 몸이 가질 수 있는 총 T세포의 수는 우리 몸 안의 T세포의 생존에 필수적인 사이토카인의 양에 의해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몸에 많은 수의 T세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체외에서 배양한 T세포를 대량으로 주입하면 주입한 T세포는 대부분 생착하지 못하고 빠르게 사멸하게 된다.

반면, CF를 이용해 환자 체내의 T세포를 상당수 제거하면, 주입한 TIL이 CF에 의해 발생한 T세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항상성 유지’ 차원에서 빠르게 증식하며 성공적으로 생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CF에 의한 환자 컨디셔닝은 자가 CAR-T 및 다양한 면역세포치료제의 기본 프로토콜로 자리 잡게 된다.

혁신적 기술의 도입으로 돌파구를 찾은 사례는 보조자극 도메인이 포함된 2세대 CAR의 도입이라고 볼 수 있다. 항원 인지 도메인과 TCR 신호를 전달하는 제타(zeta) 사슬을 합친 1세대 CAR는 항암효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고전한다.

세인트주드 어린이 연구병원의 다리오 캄파나 교수는 1세대 CAR에 4-1BB 도메인을 추가로 도입한 2세대 CAR를 최초로 개발한다. 다리오 캄파나 교수 연구팀의 CAR를 제공받은 칼 준 교수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CAR-T 치료제를 만들어 최초로 임상에서 ‘완전 관해’를 이룬다.

노바티스는 칼 준 교수가 개발한 CAR-T치료제를 기술이전 받아서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초의 CAR-T치료제인 ‘킴리아’를 출시한다.

아마도 4-1BB 기반 2세대 CAR가 CAR-T치료제의 핵심 돌파구가 되었다는 사실에 가장 놀란 사람은 그 개발자인 다리오 캄파나 교수였을 것 같고, 그다음으로 놀란 사람은 칼 준 교수였을 것 같다. 만약 다리오 캄파나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그렇게 성공적일 것을 예상했다면 절대로 칼 준 교수에게 CAR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다(성공한 대부분의 기술 개발에서 그렇듯 결국 이 문제는 특허소송으로 이어진다).

칼 준 교수도 이후 저술한 리뷰 논문를 보면 별 기대 없이 CAR-T치료제 임상시험을 했는데 그 결과가 너무 잘 나와 놀랐던 것 같다.

이와 같이 많은 경우 어떤 기술이 큰 문제의 돌파구가 될 것인지 여부는 개발 당시에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참 시간이 경과한 이후 뒤돌아보았을 때 결과적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닥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할 때
만약 면역세포치료제가 고형암으로의 확장에 성공하지 못하고 현재 몇 종류 혈액암 치료제로만 사용된다면 결과론적으로 시장 규모에 비해 현재 지나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지나친 투자’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면역세포치료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는 많은 기술이 다른 바이오산업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원천성과 확장성이 큰 기술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회사이던 블루버드 바이오나 줄기세포치료제 개발회사인 페이트테라퓨틱스가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서 맹활약을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면역세포치료제 개발회사가 나중에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닥치고 기술 개발’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저자 소개>
[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지금은 ‘닥치고’ 개발해야 할 때
도준상
면역학을 공부하는 공학자다. 2006년 MIT에서 화학공학·고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UCSF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11년간 근무했고, 2019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생체재료를 면역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라는 대중서를 집필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