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주관적 견해나 입장을 드러내는 대신 있는 사실을 구체적이고 담담하게 보여 준다. 농장에서 얻는 달걀이 공장식 달걀보다 낫다든가, 유기농 방식이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코로나19로 행동이 제한된 시대. 책은 현장 체험을 간 듯한 유익함과 즐거움을 안겨 준다. 시끌벅적한 소리, 갖가지 냄새, 공기까지 그대로 느껴지는 듯 상세한 그림이 일품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어린이 논픽션 그림책 추천 도서로 선정됐고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책은 옛 이야기를 토대로 새로운 해석을 집어넣는다. 어수룩한 답답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해보라는 도깨비의 말에 벼농사든 당나귀 키우기든 척척 해낸다. 자신을 알아주고 용기를 북돋워 준 도깨비 덕분에 답답이가 반듯한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1958년 《피터와 픽시》에 삽화를 그리면서 일을 시작한 브릭스는 《산타 할아버지》 《괴물딱지 곰팡씨》 《눈사람 아저씨》 등을 펴내며 명성을 떨쳤다. 어릴 때부터 신문 만화를 즐겨 본 브릭스는 당시에 홀대받던 연재만화 형식을 그림책에 처음 도입해 그림책의 지평을 넓혔고, 사회 문제와 체제에 대한 풍자와 유머를 담은 여러 작품도 선보였다.
《산타 할아버지》에서는 노동자 계급에 속한 산타를 그려 고정관념을 깨뜨렸고 《괴물딱지 곰팡씨》에서는 청결과 거리가 멀고 괴상망측하게 생긴 괴물딱지 가족을 그려 세상의 허세와 예의를 비꼬았다. 《신사 짐》은 변변한 자격증 하나 없는 화장실 청소부 이야기, 《작은 사람》은 사회 변두리의 반항적이고 무례한 작은 사람을 돌보게 된 중산층 소년 이야기를 담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