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최대 규모 공수작전에도 탈출 희망자 남겨둬
유일한 탈출로 공항은 '미통제상황'…육로는 탈레반 통제
탈레반에 국제사회 압박 통할까…'중앙은행 동결자금' 변수
아프간인 조력자 대피 계속된다지만…탈출로 사실상 '봉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과 민간인 대피 작전을 마치면서 미국 등 서방국에 협력했던 아프간인들 탈출로도 사실상 완전히 막혔다.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30일(현지시간) 오후 11시 59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떠났고 미국은 이날 아프간에서 철수를 완료했다고 선언했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기 직전인 14일부터 진행된 미국과 동맹국의 공수작전으로 총 12만3천명이 아프간을 탈출했다.

미군 수송기로 아프간을 탈출한 사람은 7만9천여명이며 이 가운데 6천명은 미국인이고 나머지 7만3천명은 아프간인 또는 제3국인이다.

그러나 '역사상 최대 규모 공수작전'을 벌인 미국도 아프간에서 탈출을 원하는 사람을 전부 데려오지는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네스 프랭크 매켄지 중부사령관은 미국인 250명 미만이 아프간을 탈출하길 원했으나 공항에 오지 못해 마지막 수송기를 못 탔다고 밝혔다.

매켄지 사령관은 "데려오길 원한 이들을 다 데려오진 못했다"면서도 "열흘 더 주둔한다고 모두를 데려올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도 다 탈출하지 못했는데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이 전부 탈출했을 리 만무하다.

미국에 특별이민비자를 신청한 아프간인과 이라크인을 돕는 단체인 '전시동맹협회'(AWA)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SIV 신청자와 그 가족 6만5천명과 '제2우선순위자'(P-2) 자격이 있는 이와 그 가족 19만8천~111만5천명이 아프간에 남아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P-2는 미국 언론이나 비정비기구(NGO) 등에서 일한 이가 대상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아프간인들 탈출을 계속 돕겠다는 입장이다.

아프간인 조력자 대피 계속된다지만…탈출로 사실상 '봉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프간을 떠날지 결정하지 못한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들에 대한 책무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지난 27일 탈레반 수뇌 중 한 명이 31일 이후에도 아프간을 떠나도록 허용하겠다고 공개 발언했다"며 "이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가능하게 만들) 국제적 지렛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이 철수한 뒤 미국인을 비롯해 아프간을 떠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 국무부가 여러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육로로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로였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도 탈레반에 넘어간 상황이라 미국이 아프간인 조력자를 데려 나올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미 연방항공청(FAA)는 각 항공사에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이 관제가 이뤄지지 않는 '미통제상황'(Uncontrolled)이라고 공지하면서 민간항공기의 아프간 상공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과 동맹국 대피작전이 끝나면서 일말의 희망을 품고 공항 근처에 진을 쳤던 아프간인들도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아프간인 조력자 대피 계속된다지만…탈출로 사실상 '봉쇄'
하늘길이 막히면서 육로로 아프간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파키스탄이나 이란과 접경지역으로 몰려가고 있지만 탈레반이 주요 길목을 통제해 이동이 쉽지 않다.

이웃국가들은 이미 많은 난민을 수용했다면서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아프간에 다시 탈출로를 열려면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압박하는 수밖에 남지 않았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탈레반에 미군이 철수한 이후에도 사람들의 출국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준수하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 결의안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주도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했다.

안보리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현재 터키와 카타르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다시 열 방안을 마련하는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에 아프간 중앙은행 동결자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하면서 공항 재운영에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15일 미국 각 기관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 자금을 동결했다.

아프간 중앙은행 국외자금은 95억달러(약 11조원) 정도인데, 탈레반이 이에 접근하지 못하면 마약·무기거래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 러시아의 우려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도운 아프간인 아프간에 버렸다'라는 비판과 '위험한 아프간인들을 미국에 데려왔다'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주도하에 공화당에서 아프간 난민들이 미국에 위해를 가할 수 있고 국가정체성을 바꿔버릴 수 있다며 미국에 정착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