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투입 대비나서 충돌 벌어질수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3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감염병예방법 위반·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 11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에 의견서만 제출한 채 출석을 거부했다. 결국 서면으로 진행된 심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남은 것은 영장 집행이지만 호락호락한 문제는 아니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은 사법적 문제를 넘어선 정치적 문제"라며 "검경도 청와대 등 최고위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부담이다.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영장을 집행하면 민주노총이 노동 탄압과 총파업 탄압을 주장하며 '대선 투표 심판론'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13일 양 위원장 구속을 철회하라는 공개 성명을 내놨다.
정부·여당이 경선 흥행에 힘을 쏟는 과정에서 노동계와 각을 세우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위원장 사수대 구성을 골자로 한 대응 지침을 간부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한 경우 산하조직 간부들이 양 위원장 구속 시도에 맞서 민주노총 사무실에 집결해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구속을 지체해도 문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의 구속 의지가 안보이면 양 위원장이 10월 총파업 사전 행사인 주요 지역 순회 간담회 등 공개 석상에 모습들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정부가 '신병을 확보하고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여론 압박이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양 위원장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투쟁동력 얻을 것이라는 전망과 리더십 손실에 대한 우려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10월 총파업에서 투쟁을 이끌어야 할 수뇌부가 구속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양 위원장이 총파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이끌어 줘야 할 금속노조나 보건의료 노조 등 주요 산별노조들은 경영계와 임금·단체협상이 정리돼가는 상황인데다 조직 선거도 앞둔 상태라 총파업에 적극 참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경수 위원장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던진 한 수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