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 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드시나요? 낮까지는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다가 오후 쯤 되면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면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죠. 그것도 전국에서 동시에 내리는 게 아니라 같은 서울 안에서도 여기는 해가 쨍쨍한데, 다른 곳에서는 비가 쏟아지고 또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확 개서 무지개도 나고요. 무지개도 예쁘고 참 좋은데, 한 편으로는 좀 불안하죠. 이게 기후변화의 시작은 아닐까? 우리나라도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스콜이 내리는 것 처럼 기후의 성격이 변한건 아닐까? 게다가 유럽에서는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고 하고, 북미 서부지역에서는 폭염과 마른벼락으로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죠.
기후변화에 대한 EU 정책
이런 기후변화, 더이상 지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각국 정부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이야기가 한 두해 나온 건 아니지만 이제 정말 더 이상은 지켜볼 수 없다는 건데요. 가장 최근에 나온 이야기는 유럽,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정책 패키지인 'Fit for 55' 입니다. fit for 55라는 게 뭐나면 2030년까지 유럽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과 비교해서 55% 줄이겠다는 정책입니다.원래 우리가 익숙했던 정책 목표는 '탄소중립', 'Net Zero' 였죠. 2050년까지 탄소 배출한 것과 탄소를 없앤 양을 더해서 0으로 만들겠다. 그래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건데. 2050년이면 조금 멀잖아요. 그러니까 여기까지 가기위한 조금 더 세부적인 계획을 짜야될텐데. 이게 바로 이번에 발표한 2030년까지 목표를 정한 'Fit for 55' 입니다.
Fit for 55, 내용은?
그러면 이 Fit for 55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나를 볼게요. 사실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앞으로 수혜를 입을 산업과 타격을 입을 산업이 뻔히 들여다보이거든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건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개정하고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먼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어떻게 개정한다는건지 볼게요. 일단 탄소배출권이 뭔지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탄소배출권이라는 쿠폰을 점점 줄여요. 탄소배출권을 도입한 다음 처음 몇 년 동안은 기업마다 100씩을 줬는데, 몇 년 뒤에는 80정도 줍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예 공짜로 쿠폰을 뿌리질 않습니다. 왜냐 탄소배출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줄여야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면 탄소배출권 가격은 서서히 높아질 수 밖에 없고, 그만큼 탄소를 생산하려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하는 세상이 오겠죠.

탄소국경세, 뭐가 달라질까?
또 많이 이야기하는 게 탄소국경세입니다. 유럽이 이렇게 강하게 환경 관련 정책을 내놓으면서, 아무래도 유럽 내의 기업들은 그만큼 환경 관련 비용을 더 쓸 수 밖에 없게 될겁니다. 탄소배출권을 사든지, 아니면 원래 없었던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하든지 해서 제품을 생산해야할테니까요. 그런데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이 유럽에서 저렴한 가격에 팔리게 되면 유럽 기업들만 힘들고 탄소를 줄이겠다는 정책 목표도 달성할 수 없겠죠. 탄소 싸게싸게 배출하는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만 잘 팔리고 말테니까요. 그래서 만든 게 탄소 국경 조정, 흔히 말하는 탄소국경세입니다.

탄소배출권, 투자법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렇게 각국 정부가 환경 관련 정책을 내놓을수록 탄소를 배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지니 난감하겠지만, 투자자의 시각으로 보면 달리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기업의 탄소배출 비용이 높아진다는 건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라간다는 뜻이고, 이 탄소배출권은 기업 뿐 아니라 우리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ETF를 통해서인데요. 미국상장 ETF인 KRBN은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자하는 ETF입니다.KRBN은 2020년 7월에 상장한 얼마 안된 ETF 인데요. 이 상품은 세계 주요 3대 탄소배출권에 투자합니다. 유럽의 EUA, 미국 서부의 CCA, 미국 동부의 GRRI 이렇게 세 개 탄소배출권 거래소의 탄소배출권 선물을 담는데요. 이 세 선물의 비중은 운용역이 임의로 조정하는 액티브 펀드입니다. 5월 말 기준으로 보면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에 70%가량을 투자하고 있고, 나머지는 미국 탄소배출권 선물에 나눠 투자하고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투자 성과도 굉장히 뛰어난데요, 올 들어서 44%, 상장 후 딱 1년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75%가량 올랐습니다. 운용보수는 0.79%로 ETF 치고는 조금 비싼 편이고, 운용 규모도5억3000만달러, 한국 돈으로 6000억원정도로 미국 ETF치고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탄소배출권 ETF로는 아직까지 유일한 대안입니다.

하지만 만약 주식시장이 어떤 이유로든 하락하거나 변동성이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주식만 보유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투자한 기업 주식도 함께 빠질겁니다. 하지만 탄소배출권은 주식이 아니니까 주식시장 하락의 영향을 덜 받겠죠.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 내 전체 자산은 덜 흔들릴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겁니다. 자산배분을 할 때 상관관계가 적은 자산을 나눠 투자하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