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작은 아파트에 사는 여성 '나'는 어느 날 주인 잃은 대형견 '아폴로'를 떠맡게 된다.

아폴로를 키우던 남성 작가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선 개를 키울 수 없는 데다 노령견인 아폴로의 나빠진 건강 상태도 부담이 됐으나 이미 한 차례 유기된 아픔이 있는 아폴로를 '나'는 그냥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쳤던 그는 '나'의 멘토이자 옛 연인이기도 했다.

2018년 미국도서상 수상작이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시그리드 누네즈의 '친구'는 반려견과의 우정과 유대, 상처와 회복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상처받은 여자와 개가 함께하는 뉴욕 산책…소설 '친구'
그의 죽음은 아폴로만큼이나 '나'에게도 상실감을 줬다.

그래서 '나'와 아폴로는 서로를 보듬으며 끈끈한 연대를 통해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나간다.

아폴로는 '나'에게 의지하고 '나'도 아폴로를 바라보며 여러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은 물론 다양한 철학적 사유도 함께 하게 된다.

두 존재는 종(種)을 넘어선 교감을 한다.

특히 뉴욕 곳곳을 함께 산책하며 그들의 연대는 더욱 강해지고 '나'의 지적 사고는 하나의 온전한 철학 사상이나 명상법처럼 완숙해진다.

"개가 사람을 인간으로 만든다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말이 마음에 들어요.

내가 완전한 인간 혐오에 빠지지 않는 것은 개들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라는 말도요.

"
작가는 개와 교감하는 여자의 의식 흐름을 통해 사랑과 우정, 고독과 상실, 죽음과 예술에 관한 담론을 펼친다.

이런 서사가 자칫 너무 진지하거나 사변적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적절한 유머와 재치를 뒤섞어 소설적 재미를 구현했다.

노화로 인해 생의 마지막이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아폴로에 건네는 '나'의 말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죽음에 관한 철학적 사유다.

"넌 내게 알려 줄 거지? 명심해, 난 인간에 불과해, 네 예민함 근처에도 못 간다고. 너무너무 힘들어지면 네가 신호를 보내 줘야 해. 그 일을 순리를 거스르거나 신을 놀리는 짓으로 보진 않아. 혹자의 말처럼 한 존재의 영적 여정을, 바르도로 가는 길을 간섭하는 행위로 보지 않아. 난 그것을 축복으로 여겨. 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네게 해주고 싶어. 물론 내가 그 자리에 있을 거야. 마지막 동물 병원행에 너와 동행할 거야.
어제 네가 아침 식사를 건드리지 않자 난 그 순간이 온 줄 알았어. 내가 먹을 빵을 잘라서 내밀자 너는 받아먹었어(같이 미사를 보는 것 같았지). 하지만 저녁 무렵 너는 입맛을 되찾았지. 그러니 그 일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오늘만 바라보자, 오늘에 집중하자. 더할 나위 없는 여름 아침이라는 선물에."
이 작품은 국내에 소개되는 누네즈의 첫 소설이다.

열린책들에서 공경희의 번역으로 출간했다.

소설 여덟 편과 회고록 등을 펴낸 누네즈는 현재 보스턴대 교수로 문학을 가르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