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에 전격 합의했다. 그동안 원유 생산 할당량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며 반대표를 던져온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증산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14일 로이터통신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원유를 증산하는 데 최종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이후 세 차례 연기됐던 OPEC+ 회의는 이번에 극적으로 결실을 맺었다. OPEC+에 참여하는 주요 산유국 관계자들은 적절한 시기에 다음 회의 날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 증산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원유 가격이 하락했다가 빠르게 회복했다”고 전했다. OPEC+ 협상이 계속 결렬되면서 지난 5일 장중 배럴당 77달러를 돌파했던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76.50달러로 보합세를 보였다.

OPEC+가 극적 타결을 이룬 것은 UAE의 원유 생산량 기준을 높이는 데 동의하면서다. OPEC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UAE의 생산 기준선 상향을 허용해주는 대신 감산 합의 만료 시한을 내년 4월에서 8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UAE의 찬성을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감산 합의 만료 시한이던 내년 4월부터는 UAE의 생산 기준선이 하루 365만 배럴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다른 OPEC+ 참여 국가도 생산 기준선을 조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앞서 이들 주요 산유국 간 불협화음은 UAE의 어깃장에서 비롯됐다.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OPEC을 대표하는 러시아는 8월부터 연말까지 매달 하루 평균 40만 배럴씩 증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는 오는 12월에는 지금보다 하루 평균 20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증산하겠다는 얘기다. OPEC+가 지난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급락한 유가를 회복시키기 위해 하루 평균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했는데, 이후 빠른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라 원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UAE는 감산 완화 방침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UAE는 감산 합의 만료 시한을 내년 말로 연장하겠다는 방안에는 반기를 들었다. UAE는 “감산 시한을 연장하려면 각국의 원유 생산량을 재산정해야 한다”며 자국의 주권적 권리를 강조했다. 특히 이란이 미국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성공할 경우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대량 쏟아질 것에 대비하려면 각국에 할당된 원유 생산량을 재고해야 한다는 게 UAE의 주장이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