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채권회수 '알바'인 줄 알았는데…나도 모르는 새 '보이스피싱 수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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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보수 미끼로 알바생 모집
현금 수거책으로 쓰는 수법 기승
현금 수거책으로 쓰는 수법 기승
“신입사원 채용공고! 정부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 사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일당 평균 20만원, 합법적인 업무라면 괜찮으시죠? 상담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취업준비생 서모씨(25)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자동응답전화를 받았다. 면접에 응한 서씨는 채권업체 팀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채권 회수 업무를 지시받았다. 하지만 이 구인 광고의 진짜 목적은 보이스피싱 일당의 현금 수거책 모집이다. 이수정 법무법인 리앤파트너스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인 줄 모르고 2~3일만 관여해도 사기죄,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25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고액 아르바이트(알바)’로 위장해 보이스피싱 현금을 수거하도록 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구인공고는 일당 15만~20만원의 높은 보수를 미끼로 내건다. 대면 면접 없이 전화나 카카오톡 메신저로만 채용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비대면 사원을 모집한다는 이유를 댄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자신을 ‘채권업체 팀장’이라고 소개한다. 지시하는 업무는 채권 회수다. 정해진 장소에 나가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 채무자로부터 1500만~2000만원가량의 현금을 받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회사로 돈을 이체하라는 것이다.
채무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다. 보이스피싱 일당이 은행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낮은 금리의 대출로 바꿔주겠다”고 속이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대출금을 갚는다고 생각하며 알바생에게 현금을 건네고, 알바생이 이를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전달한다. 이때 알바생은 자신도 모르는 새 보이스피싱 일당의 ‘현금 수거책’으로 일하게 된다. 이때 보이스피싱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속아서 업무를 수행했더라도 보이스피싱 일당으로 여겨져 사기, 사문서위조 행사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손정연 판사는 구인글을 보고 연락해 보이스피싱 수금책으로 한 달간 일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간단한 일만 수행하고도 일당 20만원의 고액을 받는 것은 이례적임을 피고인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A씨에게 피해액 1억370만원을 배상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A씨에게 지시를 내린 보이스피싱 총책은 검거되지 않았으나, 수거책으로 일한 A씨가 공범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수정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임을 알고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수거 과정에서 자신의 실명, 휴대폰 번호, 신용카드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쉽게 검거된다”고 말했다. 짧으면 2~3일, 길어야 한두 달 안에 잡힌다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총책은 ‘일회용 수거책’이 잡히면 다른 사람을 또 구해서 쓰면 그만”이라며 “이런 수상한 알바는 처음부터 응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취업준비생 서모씨(25)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자동응답전화를 받았다. 면접에 응한 서씨는 채권업체 팀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채권 회수 업무를 지시받았다. 하지만 이 구인 광고의 진짜 목적은 보이스피싱 일당의 현금 수거책 모집이다. 이수정 법무법인 리앤파트너스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인 줄 모르고 2~3일만 관여해도 사기죄,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25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고액 아르바이트(알바)’로 위장해 보이스피싱 현금을 수거하도록 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구인공고는 일당 15만~20만원의 높은 보수를 미끼로 내건다. 대면 면접 없이 전화나 카카오톡 메신저로만 채용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비대면 사원을 모집한다는 이유를 댄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자신을 ‘채권업체 팀장’이라고 소개한다. 지시하는 업무는 채권 회수다. 정해진 장소에 나가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 채무자로부터 1500만~2000만원가량의 현금을 받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회사로 돈을 이체하라는 것이다.
채무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다. 보이스피싱 일당이 은행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낮은 금리의 대출로 바꿔주겠다”고 속이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대출금을 갚는다고 생각하며 알바생에게 현금을 건네고, 알바생이 이를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전달한다. 이때 알바생은 자신도 모르는 새 보이스피싱 일당의 ‘현금 수거책’으로 일하게 된다. 이때 보이스피싱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속아서 업무를 수행했더라도 보이스피싱 일당으로 여겨져 사기, 사문서위조 행사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손정연 판사는 구인글을 보고 연락해 보이스피싱 수금책으로 한 달간 일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간단한 일만 수행하고도 일당 20만원의 고액을 받는 것은 이례적임을 피고인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A씨에게 피해액 1억370만원을 배상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A씨에게 지시를 내린 보이스피싱 총책은 검거되지 않았으나, 수거책으로 일한 A씨가 공범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수정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임을 알고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수거 과정에서 자신의 실명, 휴대폰 번호, 신용카드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쉽게 검거된다”고 말했다. 짧으면 2~3일, 길어야 한두 달 안에 잡힌다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총책은 ‘일회용 수거책’이 잡히면 다른 사람을 또 구해서 쓰면 그만”이라며 “이런 수상한 알바는 처음부터 응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