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의 카페라운지. /각사 제공
NH투자증권의 카페라운지. /각사 제공
‘항공기 1등석을 본뜬 업무공간부터 직장맘을 위한 맘스라운지(Mom’s lounge)까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무실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연봉에 대한 불만, 낮아진 직업 만족도 때문에 이직을 시도하는 직원이 늘자 이들을 붙잡기 위해 최상의 업무공간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25일 한화자산운용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1일부터 ‘드림 워크’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 이를 위해 63빌딩 50~51층에 있는 사무공간을 없앴다. 직원들의 고정 좌석이 있던 곳이다. 대신 이 공간은 복층 구조로 이뤄진 특급호텔 수준의 라운지와 카페테리아로 변신했다. 한강이 바라다보이는 카페형 업무공간과 항공기 퍼스트클래스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좌석 등을 마련했다.
한화자산운용의 특급호텔처럼 꾸민 직원 휴식공간. /각사 제공
한화자산운용의 특급호텔처럼 꾸민 직원 휴식공간. /각사 제공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를 위한 것”이라는 게 이 운용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침에 출근해 아무 자리나 예약하고 거기서 일하면 된다. 두 개 층에 마련한 총 22개의 회의실은 딱딱한 의자 대신 편안한 소파로 채웠다. 회의실의 콘셉트와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영상회의를 위한 설비를 갖췄다. 한 공간에 모이지 않아도 줌과 같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소통하자는 취지다.

여의도 출퇴근이 불편한 직원들을 위해 강남과 을지로에 거점 오피스도 마련했다. 굳이 여의도 본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자신의 집과 가까운 거점 오피스에서 일하면 된다. 대신 직원들의 소통을 위해 ‘하모니 데이’를 도입했다. 2주에 한 번씩 만나 소통하자는 취지다. 다만 권고 수준일 뿐 강제는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개인 투자를 하겠다며 회사를 떠나는 젊은 직원이 운용사마다 속출하고 있다”며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성과 보수마저 줄어 회사가 적극적인 복지를 통해 직원들의 호응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투증권 사내도서관.
한투증권 사내도서관.
최근 여의도 파크원으로 사옥을 이전한 NH투자증권도 업무공간을 완전히 바꿨다. 신사옥으로 옮기기 전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층마다 ‘워크 카페’를 마련했다. 직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업무 관련 대화를 나누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3층에는 외부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대형 카페를 뒀다. 이 역시 ‘손님들이 찾아왔을 때 번듯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직원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했다. 카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로 연출했다.

사내 여성 직원들이 자녀 출산에 따른 부담을 덜고 출산 이후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맘스라운지를 마련했다. 출산을 앞둔 직원 또는 출산 직후 직원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휴식을 위한 침대를 비롯해 모유 수유시설을 갖춘 별도의 방, 편안한 분위기의 라운지 공간 등으로 꾸몄다. 직원들의 위생을 위해 화장실과 별도로 ‘양치실’도 뒀다.

한국투자증권은 직원들을 위한 도서관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업무를 위한 도서 외에 다양한 장르의 책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은 원래 지하에 있었는데 이를 2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점심시간 등 쉬는 시간, 퇴근 이후 언제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대출도 가능하다. 필요한 책을 신청하면 회사에서 마련해준다. 도서관 옆에는 ‘로봇 커피 자판기’가 있는 대형 카페도 있다. 삼성증권도 본사 내에 격층으로 카페와 도서관처럼 꾸민 소통존을 설치했다. 비대면 회의와 콘퍼런스가 가능한 S라운지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이 ‘여의도맨’이라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며 일했다”며 “최근에는 여의도 증권가의 업무 매력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회사들의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