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하마' 알펜시아, 10년 만에 팔린다
지방자치단체 시설 중 대표적인 ‘세금 먹는 하마’로 꼽혀온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사진)가 매각 추진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을 전망이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지난 18일까지 알펜시아의 5차 공개 매각 입찰을 진행한 결과, 두 곳의 부동산 개발회사가 참여해 유효한 입찰이 성립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기업은 입찰 보증금(입찰 금액의 5%)을 모두 납부했다.

알펜시아는 2011년 매각 작업에 처음 착수한 뒤 네 차례 입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두 곳 이상 업체가 보증금을 납부해 유효 입찰이 성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여 회사 중 한 곳은 조명·바이오·부동산개발 업체 KH필룩스로, 최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을 인수한 펀드(인마크사모투자합자회사)의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한 회사다. 앞서 알펜시아 공개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던 세아상역은 고민 끝에 입찰을 포기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오는 24일 최종 낙찰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곳 다 7000억원 안팎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알펜시아리조트는 올림픽 기반 시설의 대표적인 재활용 실패 사례로 꼽혀왔다. 2009년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수하리 일대에 491만㎡(약 149만 평) 규모로 조성했다. 강원도가 100% 출자했고 강원도시개발공사가 개발과 운영을 맡았다. 평창올림픽의 주 무대로 활용됐지만 건설 과정에서 잦은 설계 변경과 공사 기간 연장, 분양 저조로 건설 비용 1조4000억원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았다. 지금까지 원금과 이자를 합해 총 6200억원을 갚았지만 부채 7300억원이 남아 있다.

매각 대상은 고급 빌라와 회원제 골프장(27홀)으로 이뤄진 A지구, 전체 자산의 60%를 차지하는 B지구(호텔, 콘도, 워터파크, 스키장), C지구 일부(스키 점프대 등 올림픽 시설물은 제외)다. 인수합병(M&A)업계에서는 A지구의 남은 부지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기업들이 인수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과 콘도, 스키장 등이 있는 B지구도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이만희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은 “알펜시아리조트가 5차 공고 만에 유효한 입찰이 성립됐다”며 “강원의 숙원과제를 해결할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