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달리 미국과 독일, 호주, 스페인 등에서는 독립몰수제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독일은 범죄자가 도주했거나, 공소시효가 완료돼 형사적 처벌이 불가능하더라도 형법상 독립적인 몰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獨, 공소시효 끝나도 몰수…美는 재산 대상으로 소송
영미법계에선 형사재판과 상관없이 범죄와의 연관성이 있는 재산을 상대로 민사소송이 가능하다. 미국이 시행하는 민사몰수를 통해선 해당 재산이 범행 준비 단계에서 쓰였거나 실제 범죄 행위로 벌어들인 수익이라는 점 등이 입증되면 사람이 아닌, 재산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약 범죄자들이 수익금으로 피자 가게를 매입한 사실이 밝혀지면 가게 소유주를 상대로 피자 가게는 물론 그와 관련된 모든 권리를 몰수하는 소송을 걸 수 있다. 가게 주인이 해외로 도주했거나 사망했더라도 마찬가지다.

호주는 가장 엄격하고 강력한 방법으로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국가로 평가된다. 호주에는 범행 준비 단계에서 사용된 재산이나 범죄 행위로 얻은 이익은 물론이고, 범죄를 저질러 얻게 된 유명세로 인해 생긴 수익도 환수하는 ‘상업적 수익명령’이 존재한다. 실제로 2005년 마약 밀수 범죄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한 범죄자가 《나의 이야기(My Story)》라는 제목의 자전적 소설을 출판하자 그 수익에 대한 보전명령을 내리고 환수 절차까지 밟은 사례가 있다.

스페인은 초국가적 범죄 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범죄수익 몰수 범위를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최근 형법을 개정했다. 2015년부터 시행 중인 스페인 형법 제127조에 따르면 법원의 유죄판결 선고가 없더라도 △명백한 불법 재산이 존재하는 경우 △범죄자가 사망했거나 만성질환 등의 병을 앓고 있어 재판 진행이 어려운 경우 △공소시효를 이유로 형벌을 따로 부과할 수 없는 경우 별도로 재산몰수를 선고할 수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선진국은 범죄로 큰 부(富)를 쌓은 경제범죄일수록 그 수익을 발본색원해 철저히 사회에 환원한다”며 “한국도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