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미안해서라기보다 개인 행복을 위해 제로웨이스트 함께 해요"
'지구 지킴이' 전주 제로웨이스트숍 운영하는 장한결·한별 자매
"오늘 하루 택배를 너무 많이 시켜서 지구에 미안하다고요? 괜찮아요.

내일 더 쓰레기를 줄이면 되죠."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4일 제로웨이스트 상점 '소우주'에서 기자와 마주 앉은 장한결(33)씨가 차분하게 말했다.

한결씨는 동생 한별(28)씨와 함께 전북 전주시에서 '소우주'를 운영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상점이란 쓰레기가 되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 등을 최소화하고 천연 재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전주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으로 '늘미곡'이 가장 먼저 문을 열었고, 그다음으로 소우주가 노송늬우스박물관 한편에서 팝업스토어 형태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이 곳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샴푸바, 수세미 열매를 말려 만든 수세미 등 생활용품과, 원하는 만큼 상품을 담아갈 수 있는 리필 세제 등을 판매한다.

회사를 그만둔 뒤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한결 씨가 제로웨이스트 상점를 열기로 마음먹었고, 일본에 살고 있던 동생 한별 씨를 전주로 불렀다.

'지구 지킴이' 전주 제로웨이스트숍 운영하는 장한결·한별 자매
두 자매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개인의 행복'이다.

지구를 위해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한결 씨는 "플라스틱을 줄여야 하니까,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 불편한 상황인데도 참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다 보면 신경질이 날 수밖에 없다"며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데 '뭘 위해 이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제로웨이스트는 영영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결 씨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택배나 배달 음식을 또 시켰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나치게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 건 경계해야겠지만, 택배를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많다"며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제로웨이스트 물건을 사는 등 어제보다 오늘 단 하나라도 지구를 위해 행동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별 씨도 나를 위해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제로웨이스트에 가까워져 있었다는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무언가 거창하게 시작하기보다는, 소소한 것부터 한번 시작해보면 어느새 바뀐 내 주변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서 자꾸 '제로플라스틱'을 실천하게 될 것"이라며 "비누 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거나 휴대가 간편한 고체 치약을 이용해 양치질하고 나면 무척 행복하다"며 웃었다.

'지구 지킴이' 전주 제로웨이스트숍 운영하는 장한결·한별 자매
소우주는 올해 안에 팝업스토어가 아닌 고정된 장소를 찾아 매장을 열 계획이다.

공유공간 둥근숲에서 노송늬우스박물관으로, 주말에는 또 일일 마켓을 열며 터전을 옮겨 다니는 소우주이지만 '환경에 대해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는 본래의 마음만큼은 잃지 않을 계획이다.

"운동을 막 시작한 사람이 국가대표 수준으로 운동을 하지는 않잖아요.

점점 운동시간을 늘려가면서 재미를 붙이는 것처럼 지구를 위한 친환경 소비도 똑같아요.

'플라스틱 하나를 덜 쓰니 쓰레기를 버리는 수고가 줄어서 좋네'하며 가볍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