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될 뻔한 소규모 펀드가 투자자 반대로 살아남았다. 연초 급등장에서 큰 수익을 낸 데다 펀드를 청산하면 한꺼번에 금융소득이 급증해 내년 5월 신고해야 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2000만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이 청산을 반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13일 한국투자차이나증권투자신탁1호[주식-재간접]S를 정리하겠다고 공시했다.

설정 잔액이 50억원 이하인 소규모 펀드라 운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달 30일 한국운용은 이를 번복했다. 운용사의 펀드 임의해지 결정이 철회된 경우는 많지 않다.

한국운용은 세금 이슈를 이유로 들었다. 2006년 설정된 이 펀드는 중국·홍콩·대만 주식에 투자해 설정 이후 약 14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운용사가 펀드를 청산하면 투자자들은 펀드를 통째로 환매하게 돼 모두 금융소득으로 잡힌다.

연초 시장상황이 좋았고, 배당을 확대한 기업도 많아 4월에 이미 2000만원 가깝게 금융소득을 얻은 투자자들이 환매를 반대하고 나섰다. 판매사는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운용사에 민원을 제기했고, 운용사는 이를 받아들여 펀드를 살리기로 했다.

한국운용은 “펀드의 임의해지가 가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2023년 과세제도가 바뀌는 것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부턴 주식과 펀드를 합산해 5000만원 이상 차익에 대해 과세한다. 그때 펀드를 환매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23년에 수익이 난 펀드와 그렇지 않은 펀드, 그리고 주식을 한꺼번에 정리하면 절세에 유리하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